▲15일 저녁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선강루’에서 열린 “솔뫼 천갑녕 <자연과의 대화> 출간기념 작은차회”
윤성효
"중학교 2학년을 가르칠 때 서점에 데리고 가서 마음에 드는 시집 한 권씩을 골라 보라고 했다. 한 아이가 주저하면서 손을 벌벌 뜨는 모습을 봤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태어나서 시집을 처음 만져본다고 했다. 지금 그때 아이와 제 모습이 같은 것 같다. '서예'를 잘 몰라 책을 받고 나니 움츠려 든다. 너무 곱고 따뜻하고 때 묻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책장을 넘겨 가면서 많이 배우겠다."
15일 저녁 경남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선강루에서 열린 '솔뫼 천갑녕 <자연과의 대화> 출간기념 작은차회'에 함께했던 신관수 전 교사가 한 말이다.
천갑녕(70) 서예가가 작시하고 쓴 글씨를 한데 모아 한글서예 교재로 <자연과의 대화>를 펴냈다. 10여 명이 모여 출판기념회처럼 차를 마시며 서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선강루'는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가 꾸며 놓은 차실이다.
천갑녕 서예가는 평생 한글로 서예를 써왔다. 그는 줄곧 진주에서 작품 활동하다 1996년부터 17년간 서울에서 지냈으며, 지난해 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책은 '봄이 오는 길목을 비롯해 천갑녕 서예가가 직접 쓴 시(시조, 4행시) 작품 55편을 쓴 글씨가 실려 있다. 대개 서예가는 다른 사람이 쓴 시나 글을 서예로 쓰는데, 이 책은 직접 창작한 시에다 쓴 글씨를 담아놨다.
김준식 교장(지수중)은 "책 제목이 <자연과의 대화>다. 연세가 드시면서 주변에 있는 자연이 모두 아릅답게 보이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호신 화가는 "늘 솔뫼 선생에게 감명을 받는다. 몇 년 전 옛 경남과학기술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개인전 때 함께 하지 못해 마음의 빚이 있었는 오늘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서예와 그림은 나타내는 표현만 다를 뿐이다. 직접 짓고 쓴 작품이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또 그는 "한글이 자기 글자체를 갖는 게 쉽지 않다. 저도 그림을 하기 전에 서예를 먼저 했다. 선생의 작품을 보면 독특한 '솔뫼체'라 할 수 있다"며 "글씨는 그 사람의 성품을 표현한다고 하는데, 후학들이 많이 배워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헌식 대표(백로원)는 "차와 한글에는 일상 서민의 생활이 젖어 있다. 전국 곳곳에 서예가와 차문화도 많지만 전통과 깊이에서는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이 으뜸일 것"이라며 "남명 조식 선생을 비롯해 진주는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핵이다. 미래세대에도 잘 남겨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천갑녕 서예가와 학창시절을 같이 보내기도 한 정호경 화가는 "솔뫼 형님은 학교 선배다. 어릴 때부터 서예로 대회에 나가 상을 독차지했다"며 "한글 서예를 써서 한글학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것으로 안다. 앞으로 더 완숙한 작품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