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뱅크 모바일 및 PC 화면.
연합뉴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에 적용되는 기준은 보다 넉넉하다. 2018년 제정된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이라는 혁신 기술과 중·저신용자들에게 중금리 가계대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금산분리를 일부 완화해준 까닭이다. 다만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산업자본은 정보통신업(ICT) 그룹으로 제한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는 카카오는 현재 27.2%에 달하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갖고 있다. 국내 최초로 탄생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는 비씨카드로 34%의 지분을,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 보통주의 34%를 보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수업무 규제와 금산분리 제도로 은행권이 비금융사업으로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며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더 자유로운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적용되는 특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1000억원) 기준보다 적은 250억원의 자본으로 은행을 세우고 여신업무를 할 수 있다. 이 또한 특례에 따라 최저자본금 기준을 완화해준 덕이다. 설립 초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자본비율 관련 특혜도 받았다. 시중은행이 지켜야 할 각종 자본비율을 촘촘하게 정해둔 '바젤Ⅲ'이 아닌 총자본비율 기준만을 정해둔 '바젤Ⅰ'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올 초 은행법 감독규정 개정안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도 기업 대출 시 시중은행과 동일한 '예대율 규제'를 받도록 했다. 기업대출 심사에 필요한 현장 실사, 기업인 대면 거래도 허용했다. 기업대출이 가능하도록 물꼬를 터준 셈이다. '중·저신용자들을 향한 중금리 가계대출'이라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목적이 무색해진 셈이다.
물론 원칙적으론 대면 영업을 할 수 없다거나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한 점 등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적용되는 별도 규제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산분리 제도상 지분이나 자본금 기준 등 '수치'만 놓고 보면 시중은행과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규제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은행권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과 함께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요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최근 은행권은 내친 김에 부동산·유통·헬스 등 비금융 업종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서비스까지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3월 은행연합회는 '은행업계 제언'이라는 제목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출용 보고서를 통해 "공신력 있는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은행법상 은행의 부수업무에 가상자산업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했다.
금산분리 완화를 둘러싼 우려들
전문가들 역시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 어긋나는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산분리를 완화해 시중은행이 다른 산업군으로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에는 '은행 부실'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다른 규제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규제를 풀어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등 다른 업종으로 진출한다면 은행의 부실 위험은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경우)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등 새로운 규제를 추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은행예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결제 수단으로 인정해주는 등 시중은행은 그동안 은행으로서의 특권을 충분히 누려왔고 은행은 그 자체로 엄청난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며 "시중은행이 금산분리 규제를 피하겠다고 한다면 그간 받아온 특권까지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에만 15조원에 육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 역시 "(금산분리 완화는) 우려가 크다. 은행의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금산분리 완화로 위험한 투자나 자금 운용이 이뤄져 저축은행 사태처럼 은행 또한 부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사태란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등 상호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분별없는 대출을 감행했다가 부실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사건이다. 예금자 보호 대상인 5000만원 이하 예금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예금보험공사는 2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지키기 위해선 시중은행의 규제를 풀어줄 게 아니라 오히려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주어졌던 특혜를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빅테크가 지배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으로 금융 건전성은 오히려 느슨해지고 있다"며 "점차 인터넷전문은행이 빅테크를 기반으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혜택을 거둬들이고 인터넷전문은행쪽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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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업 하겠다" 족쇄 풀라는 은행들... 금산분리 완화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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