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미리와 동백갤러리에서 판매된 리모 작가님 작품. 작품이 팔리면 보통 빨간 스티커를 붙이는데 리모 작가님은 자신의 얼굴을 그려서 작품 옆에 붙여주셨다.
오창환
사실 내가 첫 개인전을 연 곳은 내가 운영하는 갤러리다. 갤러리에서 작품 구입을 하면, 보통 그림 값은 갤러리에 입금시키고 갤러리가 일정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작가한테 보내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내 개인전에 작품을 보낸 분에게 수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리모 작가에게 직접 작품 구입비를 지급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리모 작가도 작품을 구입한 분도 훈훈한 분위기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 멘트를 던졌다.
"작품 구입비는 없는 대신 여기서 다른 작가 작품 구입하면 옵션으로 제 작품도 하나씩 구입하셔야 해요."
순간 물을 마시던 구입자 분이 진짜로 책상에 물을 뿜으셨다. 책상에 물을 닦아내며 우리 모두 한참을 웃었다. 내 작품 구입은 의무사항은 아니고 권장 사항이다. 아무튼 작품 구입은 판매하는 작가에게나 구입하는 컬렉터에게나 특별하고 신나는 경험이다.
그런데 내 전시에 스케쳐들도 많이 왔고 다른 그림을 그리는 작가분들도 많이 왔다. 작가분들은 그림이 얼마나 판매되었느냐가 관심이기도 하지만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자신의 작품 판매하기가 아깝다는 것이다.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사랑한다. 하지만 아무리 아까워도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예전에 꽃그림을 주로 그리는 일본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그림도 좋았지만 담담하게, 뒤늦게 시작한 전업작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책 말미의 대담에서 자신의 작품을 얼마나 소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한다. 그가 자신의 작품을 갖고 있지 않은 이유는 물론 그림이 잘 팔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수중에 작품이 없어야 더 좋은 작품을 그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오래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인데 이번에 기사를 쓰면서 다시 찾아보았으나 그 책을 찾을 수가 없어 아쉽다.
그림을 구입하는 것을 보면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각자의 취향이 드러난다. 깨끗하고 깔끔한 그림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자연스러운 선을 좋아하는 분도 있다. 자신이 살던 곳이나 관심 있는 곳을 그린 그림을 특히 좋아한다. 모든 사람이 다 다른 만큼 좋아하는 그림도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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