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열 초상(일부)세로 124.2 * 가로 52.1cm
국립중앙박물관
그는 83세에 사약을 받고 죽는다. 사약은 '죽을 사(死)'가 아닌 '주다, 하사하다, 은혜를 베푼다'는 뜻을 가진 '줄 사(賜)'를 사용하는데, 임금이 내리는 약이란 의미이다.
송시열은 이러한 사약을 먹고 시간이 흘러도 죽지 않아 여러 번에 걸쳐 많은 양을 마시고 나서야 겨우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약을 구성하는 약재나 성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약을 먹고 불을 지핀 방에 가둬 죽이는데 고열에 시달리는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으로 보아 부자 등 몸을 덥히는 한약재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독이 있는 남성, 중금속인 비소와 수은 등이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송시열이 사약을 먹고도 쉽게 죽지 않은 것은 이미 치료 목적으로 중금속인 비소(As)를 복용한 적이 있어 내성이 있었다는 설도 있고, 사약에 들어간 한약재인 부자와 남성이 그의 몸에 큰 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삼류화비소(As2S3)를 주성분으로 하는 광석인 웅황은 가래를 삭이며 기생충을 없애고 독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악성 종기나 부스럼 등의 질환에 사용했다. 동의보감에서 소개하고 있는 우황청심원의 처방 속에도 웅황이 포함되어 있다.
웅황(비소)은 살균 해독 작용이 있는데 송시열의 몸에 이미 독이 쌓여 있었다면 웅황이라는 약재 자체에 독성이 있다 하더라도, 웅황의 해독 작용이 더 강하게 몸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말이다. 웅황 독으로 인한 부작용보다 몸 속의 독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일화가 있다. 송시열이 소변을 약으로 오랜 기간 먹었는데 그 소변독으로 몸에 문제가 생기자 치료를 위해 비소를 먹고 나았던 과거가 있다(어린 아이의 소변을 약이 된다고 먹는 일이 종종 있었다). 소위 '독으로 독을 치료한다'는 이독치독(以毒治毒 독을 없애기 위하여 다른 독을 사용함. 약물이 지닌 독성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원리)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 몸이 찬 사람에게 정말 좋은 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