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우울과 환경보호 실천의 관계
여성환경연대
최근에는 기후우울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기후우울을 우려하기보다는, 기후우울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들여다봐야 한다. 기후우울은 기후위기라는 사회적인 문제가 개인에게 미치는 수많은 영향 중 하나일 뿐이다. 이미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들을 개인의 영역에서, 개인의 역량에 따라 해결하고 있다.
가령, 긴 장마와 폭염으로 인하여 에어컨, 제습기를 포함한 가전제품 소비가 늘어났고, 그로 인해서 1인당 일상을 유지하는 에너지비용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식량 위기로 인하여 밥상 물가는 더 올라갈 것이고, 이 또한 개인이 부담할 확률이 높다. 기후우울 역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짊어지게 된 영향 중 하나인 셈이다.
"하루의 끝에서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은 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오늘 내 통장에선 1원도 빠지지 않았다. 그럼 정말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은 날'은 성공한 것일까? 스마트폰, 와이파이, 컴퓨터, 전등을 쓰며 하루 종일 전기가 나갔다. 빨래, 설거지, 샤워로 물도 쓰고 가스도 썼다. 내가 쓴 에너지 자원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탄소가 배출되었겠지? 정말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고, 쓰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 속 인물들도 최소한의 인공 에너지 자원을 쓰며 생활한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고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서는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죽어야 끝이 나는 나의 소비 인생에 조금은 무력감이 든다."
- 지구를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이 소중하니까 (여성환경연대, 2022), 아무 것도 소비하지 않은 날 (이지원), 32p~33p.
기후우울을 겪는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문제를 일상에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일상과 기후위기라는 사회적인 위기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인지할수록 더욱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다.
기후우울에서 기후행동으로
기후우울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라는 사회적 위기이기 때문에, 그 해결책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기후우울을 느끼며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여성환경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기후우울이 높은 사람들 중 80.9%가 지인, 가족, 모임 등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서 위안을 얻었다고 응답했다. 기후위기를 먼 미래가 아닌 일상에서 느끼고, '지금, 여기' 우리의 언어로 사람들과 문제의식을 나누고, 함께하는 것이 기후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분리수거를 잘 하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등 개인적인 실천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 기후위기에 대응에 눈 감은 기업과 정부를 바꾸고, 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레베카 솔닛은 <어둠 속의 희망>에서 "희망은 행동을 요구하고, 행동은 희망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기후위기 시대, 어둠 속에서 기꺼이 희망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지금 당장, 나와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선택하고, 함께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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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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