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캐스터로서의 꿈을 설명하는 정주희 전 기상캐스터. 2022년 6월 5일 홍대 앞 인터뷰 중.
노광준
- 오늘도 플로깅(산책하며 쓰레기 줍는 문화활동) 행사에 참여한다고 하던데.
"예. 저와 함께 플로깅 하는 멤버들이 모인 '와이퍼스'라고 있거든요. 그 멤버들 하고 같이 환경의 날을 맞아서 일회용 컵 줍기를 한다고 했어요. 저도 동참하고 싶은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아이랑 같이 나왔죠. 그래서 '유모차 플로깅'의 선두주자가 돼야겠다(웃음). 그래서 여기 유모차에 (쓰레기를) 실을 공간이 더 많잖아요. 그래서 컵을 담아서 여기다 실어 넣으면 딱이고..."
- 기후캐스터를 선언하고 일회용품 줍기에 나선 배경이 궁금해요.
"일회용품 중에서도 테이크아웃잔이 제일 문제잖아요. 그걸 제가 더 왜 열심히 안 쓰게 됐냐면, 제가 출산 후에 다시 방송국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유리천장'을 뚫지 못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뭔가 여성 방송인은 일회용품 같은 소비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뭔가 계륵같은 존재? 출산 전에는 계속 활동했지만 아기를 낳았다는 이유로 아기 엄마라는 이유로 더 이상 받아주지 않는 방송국... 그게 이제 '내 삶이 일회용이었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저를 일회용품에 투영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굉장히 열심히 살았고 지역에서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고 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결국엔 출산이라는 벽에 부딪쳐서, 들어가고 싶다고 했지만 거부를 당한...이 삶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의 가치가 일회용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일회용품을 절대 쓰지 않겠다, 이런 생각이 더 들면서 더 안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딘가 환경 관련된 강의를 나가면 '본인의 가치가 일회용이 아니시라면 당신도 일회용품을 쓰지 마세요.' 이렇게 마무리 멘트를 하고 싶어요."
- '기후 캐스터'라는 발상도 그런 고민에서 나온 건가요?
"예. 환경 관련 활동하는 시민들도 많으시지만 '기후캐스터'라는 것을 생각을 못했던 이유가 저도 제가 기상캐스터였기 때문에 캐스터라는 것을 생각했지 다른 분들은 캐스터 생각도 못하셨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게 나의 굉장한 메리트이지 않을까. 그래서 제가 저를 소개할 때 '유일무이한 기후캐스터', 이렇게 하거든요. 특히 제가 아기 엄마니까 아기 키우는 엄마들이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늘 갖고 시작했습니다."
- 저도 '물티슈'에 관한 기사를 쓴 적 있는데 사실 상당히 민감한 부분입니다.
"맞아요. 저도 일단 어린이집에 매달 1일이 되면 물티슈를 보내야 해요. 선생님이 보내달라고 하세요. 거기에 대고 저는 '물티슈 쓰지 않습니다' '저희 아이는 물로 닦아주세요' 이럴 순 없잖아요. 선생님들이 케어하는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닌데. 그래서 그럴 때는 그냥 보내고요. 저는 집에서 아이가 응가를 하더라도 바로 물로 닦아줘요.
그런데 저희 남편은 또 (물티슈를) 써요. 그런데 남편에게까지 제가 막 그렇게 하면 너무 잔소리이고 질려버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오히려 그렇게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죠. 물티슈를 안 쓰고, 이렇게 해도 돼. 제일 좋은 방법은 '그렇게 해'가 아니라 내가 먼저 나서서 이렇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면 '저런 방법도 있구나' 사람들이 알게 되거든요.
제가 지속적으로 (인스타그램) 피드에도 '여러분 우리 환경보호 동참해주세요' 이렇게 안하고 '오늘은 제가 여행 가서도 일회용 잔을 안 쓰고 온 가족 텀블러를 다 들고 다녔어요' 이렇게 쓰거나, 아니면 '용기 내 오늘은 뭘 했다. 보쌈을 했다. 김밥을 했다. 김밥은 완전 껌이지' 이런 걸 지속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려요. 그러면 '아,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반응이 나와요.
한번은 또 B회사의 아이스크림을 용기에 담은 적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와 이거는 진짜 신박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이거 생각 못했다고...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주니까 굉장히 좋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아기 엄마들이. 그래서 '네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 저는' 이렇게 보여주고 이제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어 그럼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기후캐스터로서 사람들에게 환경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은 게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이나 방송하는 후배들 동기들 선배들께 '플로깅하자' '우리 같이 쓰레기 주우러 가자' 해요."
기승전 '환경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