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영희와 영옥
tvn
영옥과 영옥의 남자친구 정준(김우빈 배우), 그리고 언니 영희가 함께 식사를 하러 간 레스토랑에서 영희는 자신의 외모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놀리는 한 남자아이를 만났다. 남자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제재하고 혼을 냈지만 결국에는 영희와 영옥이 앉은 테이블을 향해 "밥맛 떨어져서 가겠다"는 말로 모욕을 주고 말았다. 착잡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선장 네가 본 건 아주 아주 다 작은 일이라고. 이 보다 더한 일이 얼마나 더 많았는데.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머릴 뜯고 싸우고 테이블 뒤엎고 쫓겨나고. 나도 이해해. 사람들이 영희 같은 애를 잘 못 봤으니까. 이상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자꾸 눈이 가겠지. 근데 왜 사람들이 영희 같은 애를 길거리에서 흔하게 못 보는 줄 알아? 나처럼 다른 장애인 가족들도 영희 같은 애를 시설로 보냈으니까.
한 땐 나도 같이 살고 싶었어. 근데 같이 살 집 얻으려고 해도 안 되고, 일도 할 수 없고, 영희, 어쩌면 일반학교에서 공부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었어. 근데 일반학교에선 쟬 거부하고 특수학교는 멀고. 시내 가까운데 특수학교 못 짓게 하고, 어쩌라고. 시설에 보내면 나를 모질다고 욕하고, 안 보내면 오늘 같은 일을 밥 먹듯이 당해야 해. 대체 날 더러 어쩌라고."
영옥은 슬픔이 가득 고인 눈빛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절절하게 토로한다. 영옥의 저 길고 긴 대사를 들으며 눈물 짓지 않은 시청자가 있을까. 저 대사는 오늘 주어진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버티고 견뎌내야 할 버거운 일상이라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발달 장애인들과 보호자 분들 또한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자 함께 살아갈 이 사회의 구성원일진대, 대체 누가 무슨 권리로 영옥을 모질다 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진짜 밥맛 떨어지게 했던 건 영희와 영옥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 공간입니까
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알기 쉬운 메뉴판'을 설치한 카페는 배려하는 공간이 되었다. 함께하는 사회, 작은 배려를 실천하는 사회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게다가 이 작은 변화는 발달 장애인 뿐만 아니라 노인들과 아이들에게도 편리함을 제공해 주었다. 약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태도가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만들게 된 것이다. 모두에게 이로운 결정, 그것을 일컬어 우리는 작은 배려라고 부른다.
공간은 공간의 주인을 닮아간다. 어떤 공간이든 그 공간 속에 서면, 공간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한 모습 속에서 본질의 파편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어떤 공간일까. 우리가 거하고 있는 공간, 이 사회는 지금 이 순간, 어떤 모습을 비추고 있을까.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리는 누구와 함께할 수 있을까. 앞으로 더 많은 공간이 누구에게나 쉽고 편안한 곳이 되길 희망해 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시인/ 문화예술기획자/
『오늘이라는 계절』 (2022.04, 새새벽출판사)
울산북구예술창작소 감성갱도2020 활동예술가 역임(2022)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2023.10, 학이사)
장생포 아트 스테이 문학 레지던시 작가(2024)
(주)비커밍웨이브 대표
공유하기
재료를 모두 그려놓은 메뉴판, 다 이유가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