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큰사진보기 ▲만년의 지훈 조동탁 선생. 1973년 일지사에서 펴낸 <조지훈 전집>에서 촬영. 일지사 고교시절 조지훈의 〈승무〉를 배우면서 경이로움에 빠졌다. 우리말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시선(詩仙)의 경지가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시를 토해낼 수 있으랴. 대학 입학 후 신입생 환영회 때 지훈 선생이 먼저 막걸리 한 바가지를 들이켠 다음 신입생 모두에게 돌렸다. 나는 그 막걸리를 호기 있게 마셨는데, 눈을 떠보니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이었다. 선생은 강의 시간 중 때때로 당신 시집을 펼치시고는 굵은 저음으로 낭독했다. ……………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 다부원(多富院)에서 큰사진보기 ▲스승의 생가를 찾아가다. 경북 영양 조지훈 생가 마루에서 친구 민병기(오른쪽) 교수와 함께.박도 내 작품의 배경이 되다 그때 받은 감동과 영감이 반세기 동안 줄곧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나의 장편소설 <전쟁과 사랑> 창작 배경이 됐다. 나는 이즈음 선생의 시 가운데 〈병에게〉를 좋아한다. 병을 향한 속삭임에는 달관한 삶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 병에게 나는 또 선생의 산문 〈지조론〉을 좋아한다. 지조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신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위한 괴로움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헤아리는 사람들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먼저 그 지조의 강도를 살피려 한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가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조지훈 전집>을 서가 맨 앞에다 꽂아두고 이따금 선생의 음성을 듣는다. 저승에 가서 행여 선생님을 뵐 수 있다면 내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수집한 6.25전쟁 사진과 졸작 <전쟁과 사랑>을 보여 드리면서 당시 종군하셨던 뒷이야기를 듣고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조지훈 추천8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박도 (parkdo45) 내방 구독하기 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이 기자의 최신기사 여생의 안일보다 독립지사 후손의 명예를 선택한 이종찬 구독하기 연재 박도의 치악산 일기 다음글33화여성인권운동의 대모,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의 사도 현재글32화조지훈의 시 '다부원에서', 내 소설의 창작 배경이 되다 이전글31화초병과 가장 먼저 악수를 나눴던 육영수 여사 추천 연재 전강수의 경세제민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이야기 "사과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날 서점은 눈물바다가 됐다 어쩌면 우리의 장례이야기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제주 사름이 사는 법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SNS 인기콘텐츠 용기 낸 하니의 '눈물', SNL은 꼭 그래야 했나 "무인기 사태 후 파주 읍내에 중무장 군인들 깔렸다"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김건희 동행명령장 막은 경찰, "체포하라" 112에 신고한 민주당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강에 뛰어든 소녀와 그녀를 찾아다닌 남자의 최후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AD AD AD 인기기사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조지훈의 시 '다부원에서', 내 소설의 창작 배경이 되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34화일본에서 우리의 말과 글, 그리고 민족을 지키다 33화여성인권운동의 대모,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의 사도 32화조지훈의 시 '다부원에서', 내 소설의 창작 배경이 되다 31화초병과 가장 먼저 악수를 나눴던 육영수 여사 30화"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