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한 장면. 친구들과의 밴드에서 건반을 맡았던 양석형 역의 김대명 배우.
tvN
<슬기로운 의사 생활> 팀에서 시즌1이 끝나고 시즌2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위해 '슬기로운 하드털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 메이킹 비하인드 영상들을 유튜브에 올려주었다. 그 중에 김대명 배우가 피아노 연습을 해 나가는 영상도 있었다.
피아노 생초보였던 김대명 배우가 밴드의 키보디스트가 될 때까지 6개월 간 연습한 그 영상들을 다시 돌려보다 보니 그동안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처음 배울 때의 긴장과 설렘, 한참 집중해서 치고 난 뒤의 개운함, 틀렸을 때의 좌절, 실수 없이 잘 쳤을 때의 만족감과 희열까지!
초보 피아니스트로 시작해서 6개월 만에 여러 곡을 마스터 해서 녹음도 하고 촬영까지 한 김대명 배우를 보면서 나는 저런 압박감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동시에 저런 무대가 있으면 조금 더 연습에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양가적인 감정이 올라왔다.
조금 더 나은 부캐 라이프를 위하여
사실 요즘의 나는 피아노를 배운 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어, 조금은 피아노 권태기가 오려고 하는 중이다. 그래서 직접 피아노를 치는 시간보다는 피아노 관련 영상을 자꾸 찾아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피아노 관련 영화를 찾아보다 보니 피아노 앞에 다시 앉고 싶은 생각이 조금쯤 올라온다. 6개월간 매일 5시간씩은 연습하지 못하더라도 매일 15분 정도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치게 되는 곡의 난이도들이 높아지면서 나는 곡 하나를 완전히 마스터해서 치려고 하기 보다는 진도를 나가는 데 더 급급해져 버린 것 같다. 2, 3번의 레슨에 걸쳐서야 겨우 뗄 수 있는 악보를 읽다 보면 물 흐르듯 완벽한 연주는커녕 더듬더듬이라도 끝까지 멈추지 않고 완주만 해도 다행이다.
곡이 길어지니 같은 시간 내에 연습할 수 있는 연습량이 현저히 적어져서 같은 시간 대비 아웃풋에 대한 만족도 또한 매우 적다. 전 시간에 배운 것을 겨우 잊지 않을 정도로 몇 번 복기 해보고 다음 레슨에 들어가게 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피아노 연주(혹은 악기 연주)가 업이 아닌 사람들이 피아노 연주가 업인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들을 보면서, 저만큼 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치는 곡들을 어느 정도는 마스터 하는 경지에 올려두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곡 하나 하나를 마스터 해서 완전히 끝냈다는 개운함 없이 다음 곡으로 넘어가다 보니 예전만큼 피아노가 재미가 없어진 것은 아닐까?
피아노의 연습량을 늘리고 동기 부여를 하는 데는 역시 마감 효과(혹은 목표 효과)가 최고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 즈음에 우리 가족만의 작은 연주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렇게 나는 또다시 피아노에 '진심'이 되어 간다.
피아노를 치는 나의 부캐가 본캐가 될 리는 절대 없겠지만, (그리고 피아노 치는 것이 업이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나은 부캐 라이프를 위하여 오늘도 나는 피아노 앞에 앉는다.
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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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피아노 6개월... 권태기 그분이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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