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화 시인이 출간한 시집 두 권.
최미향
- 벌써 두 권의 시집이 탄생했습니다.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퇴직 후 특별히 할 일이 마땅치 않아 2009년부터 평생학습센터에 개설된 시(詩)공부를 하게 됐다. 막막하던 시 공부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속도가 붙기 시작하던 차 들꽃시동아리 창간호 '바람이어라'가 출간됐다. 그 후 지금까지 꾸준히 교육을 받아 오면서 올해 '들꽃시문학회'로 바뀌어 제12호를 발간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다양한 매체에서 시 봄소식', '새천년 비자나무 같은 어머님', '우수 날 수목원', '그때 그 여름', '서산 지명유래비' 교체에 대한 글을 싣는 등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그리고 2015년 4월 화백문학에 등단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14일부터 서산 중앙호수공원에서 시화전이 열렸다. 이밖에도 방선암시우회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시집 '보낼 곳 없는 편지'와 '격렬비열도'가 나왔습니다. 건강이 많이 안좋아 보이시는데...
투병 생활을 하면서 내 삶의 궁기를 베껴 적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쓸 때는 육신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 좋았다. 하나둘 싸여가던 중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그리움을 묶어 한 권의 시집으로 엮었고, '보낼 곳 없는 편지'의 시집은 어머니 영전에 부끄럽게 바쳤다.
우리 어머니는 자식 7남매만을 보며 홀로 41년을 살아오신 분이시다.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 항상 내 곁을 지켜주실 것만 같았던 어머니. 하지만 한가위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어느날, 아흔셋을 일기로 아버지 계신 천국으로 떠나셨다.
유대인 속담에 '신을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했다. 그 어머니가 떠나던 날, 많은 조문객이 문상을 오셨다. 그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어머니를 그리는 글들이 시집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두 번째 시집은 우리 나이로 80이 되던 2021년,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격렬비열도'가 탄생했다. 안면마비 31년, 혈액투석 4년, 신장이식 후 16년의 세월을 보낸 고맙고 미안한 아내에게 가장으로서 바치고 싶은 고백이었다. 더 열심히 투병 생활하면서 반백 년 함께 한 아내와 더불어 남은 세월 이 세상 끝까지 보람된 삶을 꾸려나가자는 약속의 글이었다.
- 힘든 시간을 건너고 계시군요. 만성신부전증으로 4년간 혈액투석을 하다 큰따님으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건강을 생각하면 좋지 않은 자랑거리가 참 많다(웃음). 젊었을 때는 류마티스관절염으로 봄가을 무릎에서 물을 뺐다. 허리 협착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1991년 2월에는 안면신경마비가 찾아와 지금까지도 완치가 되지 않고 있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신장에 이상이 생겨 4년간 혈액투석을 하다가 2006년 4월 큰딸의 신장을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2016년 12월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새 생명 10주기 기념패를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26일이 새 삶을 산 지 만 16년이었다. 앞으로 잘 관리해야 큰딸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
병마는 참 끈질기게도 나를 옥죄인다. 이것도 모자라 전립선암 2기로 작년 12월 21일 수술을 했다. 하나 소변이 제어가 안 된다. 지금도 기저귀를 차는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부디 내 이야기를 반면교사 삼아 건강 챙기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