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선거 유세 영상. 10만회를 넘는 조회수의 영상은 드물다. 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 유세 영상. 대부분 몇십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얻고 있다.
유튜브 '이재명', '윤석열' 채널 캡처
콘텐츠 소비 방식에서도 자극에 무뎌진 모습이 보인다. 릴스·쇼츠와 같은 숏폼 비디오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 내에 중요한 것만 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영상은 더욱 짧아지고, 핵심만 담아야 한다. 길어야 1분인 영상에서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지점을 부각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자극적인 내용을 더 자극적인 형식으로 생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이재명·윤석열 후보도 '쇼츠'를 활용했다. 윤석열 후보의 영상은 이준석 당 대표·원희룡 당시 정책본부장이 나와 공약들을 주 시청자인 20,30대가 좋아하는 말투로 소개한다. 공약을 자세히 알려주기보단 딱 봤을 때 끌릴만한 내용 위주로 말한다.
지난 2월 '
'쇼츠 민심'은 윤석열>이재명…3배 이상 더 봤다' 기사에 따르면, 윤 후보의 영상은 총 122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양한 공약을 꼼꼼히 설명해주는 이재명 후보의 영상과는 내용도, 결과도 사뭇 대비된다. 이 후보의 영상은 총 370만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후보의 영상 개수가 약 2배 많은 점을 고려하면 두 후보의 격차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극적인 형식과 내용을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자극의 재생산은 경쟁을 부추겨 지켜야 할 선을 넘게 한다. 사람들의 주목이 돈이 되는 사회에서, 건강하고 창의적인 방식의 시선 끌기는 힘이 없다. 더 많이, 빨리 자극을 유발하기 위해 대상을 무분별하게 고르고, 이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한다. '사이버렉카'라 불리는 '이슈 유튜버'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자극적이고 논란이 될 만한 내용만을 편집해 빠르게 영상을 올린다.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소식이면 의도적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한 BJ는 이슈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개인사가 올라간 후 끊임없는 영상 재생산과 악성 댓글에 고통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곳에선 확인되지 않거나 편협한 사실을 가지고 특정 대상에 대해 무분별한 혐오를 쏟아낸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의견 공유는 중요하지만, 무분별한 자극 경쟁이 불러일으키는 혐오가 의견으로 둔갑하고,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자극도 똑같다. 이미 있는 것보다 더 주목받기 위해서 더 자극적인 것을 만들어낸다. '맵찔이(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을 조롱하는 단어)', '선비(옛날 선비처럼 보수적이라며 조롱하는 단어)', '불편러(무언가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말)'와 같은 말을 통해 자극을 경계하는 움직임을 또 다른 자극으로 위축시킨다.
이동진 평론가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신념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독하게 써야 사람들이 좋아하잖아요. 칭찬도 막 과하게 해야... 그런데 말이라는 건 저절로 에스컬레이트(고조)되기 때문에 독설을 해버릇 하면 말이 점점 거칠어져요."
더 많이 읽게 하려면 독하고 자극적인 단어들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도 그는 최고의 평론가 자리에 올랐다. 고조되는 것은 말뿐만이 아니다. 그의 신념처럼 독하지 않아도 즐거운 방법을 찾는 시도가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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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도, 콘텐츠도 '매운맛' 경쟁...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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