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에 만들어진 영국대사관 건물.
김종훈
이날 영국 여왕 축하연은 '1890'이라고 새겨진 붉은 벽돌 건물에서 진행됐다. 초록 잔디와 다채로운 꽃이 심어진 너른 대지 위에 우뚝 솟은 2층 짜리 건물로 외벽에 새겨진 대로 130년이 넘는 역사를 품고 있다.
물론 조선과 영국이 처음 조약을 맺었던 1882년부터 존재했던 건 아니다. 당시 영국은 조선과 조약을 맺은 뒤 주일 영사인 조지 애스턴을 조선으로 보내 공관 부지를 찾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묵었던 정동 언덕배기 한옥집을 당시 영국돈 100 파운드에 구입했다. 영국은 이 한옥을 총영사관으로 쓴 거다.
하지만 영국인들 입장에서 한옥에서 업무를 보고 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1880년대 후반 영국 공사가 공관 신축을 당국에 건의했고 1890년 7월 19일에 정초석이 세워졌다. 지금도 정원으로 이어지는 출입문 아래쪽에 당시 만들어진 정초석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영국 정부는 30만장에 달하는 붉은 벽돌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중국 상인들을 통해 마련해 건물을 올렸다. 다만 실내에서 사용할 영국풍의 손잡이와 벨, 가구 등 자재는 도저히 구할 길이 없어 상하이를 통해 본국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이 건물이 세워지고 당시에는 높은 담벼락도 없던 터라 서울의 명소로 단박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바로 옆에 살던 고종이 영국 정부에 '우리도 같은 건물을 지어달라'고 따로 요청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애석하지만 지금은 정동 세실극장 안쪽에 자리한 영국대사관 정문 격인 육중한 철문을 지나 좁은 길을 통과해야만 아름다운 이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 하나는 1895년 왕후인 민비가 시해되고 신변의 큰 위협을 느낀 고종이 변고에 대비해 정동 일대에 위치한 여러 외국 공관으로 갈 수 있도록 여러 도피로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덕수궁 우측에 자리한 영국대사관으로 이어지는 쪽문이었다. 미국대사관저가 위치한 서울 정동 덕수궁길을 따라 구세군역사박물관으로 향하다 보면 중간에 우측으로 난 좁은 골목이 있다.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 당시 조선 왕실이 마련했던 돌담 아래 작은 문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앞에 영국대사관으로 출입하는 검은 철문이 세워져 있다.
해방 이후 영국 정부는 영국대사관 부지에 두 번째 공관 건물을 올린다. 이 건물엔 한때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영국 정보부의 비밀지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 1999년 4월 한영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국빈 방문했고, 방문기간 경상북도 안동을 찾아 73번째 생일을 맞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말이 유창했던 현 크룩스 대사는 여왕 방문 당시 실무를 관장했던 인물이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평양 주재 영국대사로 근무한 뒤 올해 2월부터 한국대사를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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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참석 영국여왕 생일 축하연이 서울서 열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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