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델라테가 맛있는 제주의 한 카페 야외 데크의 테이블을 이용하면 아이 동반이 가능하다. 다만 테라스 바로 앞이 주차장일 뿐.
허윤경
경험해 보지 않고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나에게는 '우아한 세계'가 아닌 '육아의 세계'가 그랬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다양하게 높은 '문턱들'이 존재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자유롭게 걸어다닐 때에는 나를 둘러싼 환경들이 번거롭게 느껴진 적이 없었는데,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온 순간, 울퉁불퉁한 길도, 곳곳의 계단도, 인도까지 침범해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까지 넘기 힘든 '문턱'이 되어 한 발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는 밖에서 밥 한끼 먹는 일도 간단하지 않았다. 유아 식탁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아이를 안은 채 아슬아슬 밥을 먹기도 했고 부부 중 누구든 먼저 밥을 마시듯이 먹고 난 후 교대해 주면 마찬가지고 밥을 씹지도 않고 삼킨 후 밖으로 나갔다.
긴 줄을 서야 하는 맛집은 그나마 나았다. 아이들 데리고 줄을 서는 일은 고역이지만 먼저 온 순서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줄은 점점 짧아졌고 어느 새 내 차례가 돌아왔다. 문제는 아이를 동반하고는 입장할 수 없는 가게들, '노키즈존'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동안 줄을 선다고 해도, 혹은 예약 시스템을 통해 예약을 한다고 해도 내 자리, 아니 우리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요즘은 맘카페 등을 통해 정보 공유가 활성화되어 어디를 방문하기 전 노키즈존인지를 확인하고 출발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키즈존임을 모르고 들어갔다가 유아 동반은 안 된다는 통보에 풀죽어 돌아서는 상황도 왕왕 생긴다. 이렇다보니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야외와 키즈카페뿐이다. 바깥은 덥거나 춥고, 키즈카페에는 맛있는 커피가 없으니 갈 곳 잃은 발걸음이 집으로 향할 수밖에.
내가 살고 있는 제주는 이국적이면서 아름다운 자연경관 덕분에 1년 내내 여행의 설렘이 섬을 가득 채운다.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이름 지어진 이 곳에 북적대는 여행객만큼이나 많은 것이 노키즈존이 아닌가 싶다.
구글에 '노키즈존 지도'로 검색어를 입력하자 제주도가 보이지 않을 만큼 노키즈존으로 빼곡하다. 한 개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정리해둔 전국 542곳 노키즈존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542곳 중 78곳이 제주도에 있어 서울(65곳)보다도 제주에 노키즈존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