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한국 현대사에서 2인자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은 이승만 정권 때의 이기붕, 박정희 때의 김종필·김형욱·이후락·차지철, 전두환 때의 노태우·장세동, 노태우 때의 박철언, 김영삼 때의 김현철, 김대중 때의 권노갑, 노무현 때의 문재인, 이명박 때의 이상득 등등이다.
이 중에서 2인자 시절에 공권력을 담당한 인물들은 박 정권 때의 김종필·김형욱·이후락과 전 정권 때의 노태우·장세동이다. 김종필·김형욱·이후락은 중앙정보부장을 지냈고, 노태우는 국군보안사령관과 내무부 장관을 지냈고, 장세동은 국가안전기획부장(안기부장)을 지냈다.
노태우가 역임한 내무부 장관은 경찰을 직접 지휘하지는 않지만 경찰 조직인 치안본부를 관리하는 자리였다. 직접적인 공권력 관리자로 볼 수는 없지만, 경찰 공권력과 밀접했다는 점에서 공권력 관리자에 준하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2인자가 공권력을 관리하는 현상이 한국 현대사에서는 박정희·전두환 때 나타났다는 점이다. 노태우 정권 2인자인 박철언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긴 했지만, 그가 노 정권하에서 역임한 직책은 정무제1장관·체육청소년부장관·국회의원이었다. 그래서 2인자가 공권력을 관리하는 것은 1987년 6월항쟁 이전의 군부정권 때 나타난 현상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2인자에게 공권력을 맡기는 것은 위험을 수반하는 일이었지만, 국민들과 민주화 세력의 일상적 도전으로부터 정권을 사수해야 했던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그런 위험을 스스로 감수했다. 공권력 관리자가 된 뒤에 2인자로 부상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그런 현상을 묵인해야 할 정도로 정권이 불안정한 시절이었다. 한국 현대사에서는 2인자와 공권력 관리자의 일체화가 정치적 불안을 반영하는 현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이 아니므로 공권력 관리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므로 공권력 관리자에 준한다고는 할 수 있다. 거기다가 윤석열 사단이 곳곳에 포진한 상태에서 정권과 검찰이 고도의 일체성을 이루게 됐으므로, 한동훈 장관과 검찰의 관계는 한층 긴밀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2인자 한동훈이 공권력까지 관리하는 특별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례적인 상황이므로 '한동훈 현상'으로 명명해도 과하지 않다. 6월항쟁 이후 나타나지 않던 2인자의 공권력 장악이 35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뒤늦게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나타나듯이, 2인자에게 공권력이나 그에 준하는 자리를 맡기는 것은 뭔가 불안에 쫓기는 독재자들이 했던 일이다. 그런 면에서 한동훈 현상은 역사적 퇴행이다. 그런 퇴행을 윤석열 대통령이 답습해야 할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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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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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에게 공권력 맡긴 '한동훈 현상', 독재자들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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