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노조가 '용산구 청소노동자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종훈
"집 앞 슈퍼에 가서 '지갑을 놓고 왔다'고 말하면서 쌀 4kg짜리를 사는데 외상을 했다. 쌀값 19000원이 없어서 그런 거다. 최저임금으로 받는 월급을 그대로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했겠나. 그걸 안 주니 이렇게 된 거 아니냐. 도대체 어떻게 살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서울시 용산구 용산2가동, 이태원 1동과 2동 등에서 주민들이 버리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청소노동자 허아무개씨가
23일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5개월째 구청으로부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 말이다.
이날 허씨는 20여 명에 달하는 동료들과 함께 형광색 작업복을 입고 나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만 받으면서 일만 한 노동자들은 이번 사태가 용역업체 잘못인지 구청 잘못인지 정확히 모른다"며 "다만 최소한 월급은 주고 일을 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 오늘이라도 밀린 월급은 달라"라고 절규하듯 외쳤다.
"용산구청 졸속행정처리로 발생한 것"
용산구에서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은 왜 5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한 것일까?
이날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에 따르면 용산구는 올해 1월부터 생활폐기물 처리 구역이 조정돼 기존 5개였던 청소구역이 3개로 통폐합됐다. 과정에서 H용역업체, S용역업체 2개 업체가 나눠 처리하던 구역도 1개 업체가 합병해 처리하는 것으로 추진됐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용역을 맡게 된 것이 H업체다.
그러나 구역 통폐합 과정에서 두 업체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통합에 따른 업체 간 지역배분과 인원, 장비 등 운용에 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업체 간 갈등 상황을 관리 감독해야 할 용산구는 방관하는 자세로만 일관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전언이다.
이로 인해 기존 S업체에 소속돼 있던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월부터 소속 없이 청소 업무를 진행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구는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H업체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노동자들이 임금을 5개월째 받지 못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