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이렇게 고될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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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유별난 걸까요?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분명 육아가 편해진 세상인데, 전 아이를 키우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
"아연님은 어떤 점이 힘들어요?"
- 우선 피곤해요. 아이가 없을 땐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는데 부모가 된 뒤로는 아이가 일어나면 일어나고, 아이가 자면 밀린 일을 해야 하니까... 잠이 늘 부족해요. 아이는 쉬지 않고 저를 찾아요. 얼마 전 외국의 한 부부가 아이들이 부모를 얼마나 찾는지를 체크한 게 화제였어요. 12살, 8살 두 아이가 한 시간 동안 15번이나 엄마, 아빠를 찾더래요. 4분에 한번 꼴인데 아이들이 어릴 땐 그보다 더했던 것 같아요.
""그러게요. 5분 대기조가 빈말이 아니네요. 누가 들어도 힘들 상황인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스스로 되묻고 있네요. 우리는 지금 이 정도는 힘든 게 아니라고, 힘들어하면 안 되는 거라고 내가 나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도 그랬어요.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세상 참 좋아졌다', '그 까짓게 뭐가 힘들다고 그러냐'였거든요. 억울하긴 한데 딱히 뭐라고 반박하기가 어려웠어요. 예전보다 편리해진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지나고 보니, 그 때 미처 인정하지 못했던 건 내가 힘든 것도 100% 진실이라는 거예요."
- 맞아요. 힘든데 힘들어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다들 이러고 사는데 나만 툴툴대는 것 같아서, 힘들어하는 내가 못마땅 해요. 세탁기도 없던 시절에 천기저귀를 손으로 빨아가며 우리 삼남매를 키우신 친정 엄마를 떠올리며 그만 툴툴대고 어서 힘내라고 나를 다그쳤어요.
"작년에 간단한 어깨 수술을 했어요. 입원을 했는데 저보다 아픈 분들이 너무 많은 거죠. 그렇다고 제가 안 아픈가요? 저 정말 아팠거든요. 그리고 정말 무서웠어요. 주사 맞기 싫어서 가급적 병원도 안 가는 데 수술을 앞뒀으니 어땠겠어요.
물론 누가 '그 나이에도 주사가 무섭냐'고 하면 할 말은 없어요. 그런데 무서워요.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예요. 그럴 때 내가 할 일은 '더한 사람도 많은 데 이 정도 수술이 뭐가 무섭냐'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게 아니라 '주사도 무서워하는 내가 수술 받으려고 입원을 했네. 몸을 돌보려고 용기를 냈구나' 하고 나를 알아주는 거예요.
힘든 건 비교급이 아니에요. 그러니 우리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살아요. 호부호형 못하던 홍길동도 아닌데 왜 힘들다는 말을 못해요. 내가 힘들면 힘든 거예요.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세요. 그래야 힘이 나요."
부모라고 당연히, 잘 할 수 있는 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