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함도 잊게 하는 라일락 꽃향기
오세연
코로나 방역수칙으로 작년 가을을 건너뛰는 바람에 1년 만에 맞이하는 사돈데이였다. 그럼에도 그간의 공백이 무색하리만큼 세 어머니들은 잠시의 어색함도 없이 금세 어울리셨다. 밀린 수다의 한이라도 풀듯 하루 종일 웃고 떠들고 시골집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이야기꽃을 피우셨다. 그 향기는 라일락보다 짙은 행복으로 전해졌다.
나란히 앉아 계신 세 분의 뒷모습은 마치 친자매처럼 닮아 있었다. 다른 성격, 다른 환경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었지만 한 시절을 살아낸 뒷모습은 똑같았다. 사돈과 사돈의 사돈이란 묘한 관계를 넘어 동지애 같은 친근함과 유대감이 있었다.
세 어머니들은 늘 그렇듯 동생네 시어머니의 주도하에 집 주변에 지천인 쑥이며 두릅, 참나물 등을 뜯으셨다. 철이 지나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너무 쇤 건 아닌지 알지 못해 방치해둔 무성해진 풀숲 속에서 사돈어른은 필요한 것들만 딱딱 찾아내셨다.
평소엔 관심도 없던 우리 엄마도, 바다 생물만 잘 아시는 부산 출신 어머님도 얼떨결에 나물을 한 바구니 가득 채우셨다. 이런 게 재미 아니겠냐며 내친김에 정원 잡초도 뽑고, 꽃나무 잎도 솎으셨다. 부모님에겐 노동인 정원 일조차 어머니들에겐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봄의 정원은 꽃과 어머니들의 활기로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