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머리 3세. <종의 기원> 이후 대학자의 반열에 올라선 다윈은 이후에도 그의 모든 저서를 머리 3세에게 맡겼고 그는 기꺼이 다윈의 책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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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3세도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1830년경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한 그는 여행 책자를 기획, <여행자를 위한 핸드북(Murray's Handbook for Travellers)>(1836- 1910)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학술지 및 대중 잡지로의 영역 확대와 대영 제국 내 식민지로의 도서 판매를 꾀하고 있었다.
다윈과 만난 머리 3세는 기꺼이 다윈의 책을 단행본으로 재구성해서 '홈 앤드 콜로니얼 라이브러리'(Home and colonial library) 시리즈의 일부로 출판했다. 약 40년간 이어질 인연의 시작이었다. 이 둘의 관계는 두 사람이 35년간 교환한 편지 꾸러미 속에서 나타나는데, 훗날 머리 4세는 "이 속에서 악의적인 말을 찾으면, 그건 상당한 돈이 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위험한 책 <종의 기원> 출판
첫 인연이 시작되고 14년이 지난 1859년, 다윈은 <종의 기원> 원고를 머리 3세에게 보냈다. 그 동안 다윈의 책은 출판사에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게다가 다윈은 이번 책이 엄청난 사회적 저항을 부를 것임을 알고 있었다. 다윈은 라이엘에게 머리 3세가 종교적 이유로 거부할지도 모른다며 다음과 같이 편지에 썼다.
"내 책이 주제가 그래서 그렇지, 그렇게까지 정통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머리에게) 말해야 할까? 난 인간의 기원에 대해 논한 것이 아니고, 천지 창조에 대한 논의를 건드리지 않았고 단지 사실만을 제시할 뿐이다. 사실로부터 나온 결론이라 내게는 타당해 보인다. 그렇게 말해야 할까, 아니면 아무 말 하지 않는 게 나을까?"
다가올 논쟁과 출판 거부에 대한 우려 속에서 "사실"에 입각했음을 강조하는 중년의 다윈이다.
다윈의 학자적 진심을 알고 있는 머리는 "나는 출판에 어떤 망설임도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확고한 지지에 다윈은 좀 더 솔직해진다. "출판 결정을 취소해도 됩니다 […]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원고가 아닙니다. 어디는 대단히 건조하고 어디는 난해합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