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학회(IEEE)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IEEE 국제학술대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발표한 논문 두 편이 해당 학술대회의 '프로시딩(Proceeding)' 메뉴 아래에 소개되고 있다. 프로시딩이란 학술대회에 발표한 논문들을 묶어 책으로 발간한 것을 말한다.
IEEE
또한, 한양의 학회 발표 논문이 IEEE의 프로시딩에 수록되어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시딩에 실린 논문은 국내 다수 대학들의 교수업적평가에서 연구실적으로 인정된다. 지난 4월 교육부가 미성년 저자 논문의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프로시딩에 수록된 학회 발표 논문까지 대상으로 포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0년 나경원 전 의원 아들의 논문 부정 논란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후보자의 딸과 마찬가지로 IEEE 국제학술대회에 포스터 논문을 발표했던 나 전 의원 아들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로부터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조사받았었다. 나 전 의원 아들의 경우 1페이지 분량의 발표 논문이고 프로시딩에도 실리지는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5페이지 분량에 프로시딩에까지 수록된 한 후보자 딸의 발표 논문은 명백하게 연구 윤리 검증 대상이다.
"혼자 아카이브한 습작물에 대해 수사를 언급하는 것이 과하다"는 한 후보자의 해명은 이들 논문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한 후보자의 딸이 대학을 거치지 않는 독자적 경로로 국제학술대회에 발표를 한 점도 매우 기이한 사례다. 우리나라 고교생은 부모가 공대 교수가 아닌 한 그런 학회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다.
설사 학회를 안다고 해도 학술대회에 등록 및 참가하는 방법, 논문을 발표하는 절차 등을 전혀 알지 못한다. 고교생이 대학이나 연구소와 연계 없이 IEEE에 논문을 발표하고, 심지어 단독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아무리 특권층이라고 해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한 후보자 자녀의 입시 준비 과정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특권층에서도 전혀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대거 등장한다. 중학생이 비영리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해외 언론에 인터뷰 기사를 싣는 활동은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선다. 고등학생이 단독으로 국제학술대회에 논문을 발표하거나 약탈적 학술지라는 곳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 학술저널의 같은 호에 세 편의 논문을 동시에 올리는 것은 대학에 오래 근무한 교수로서도 처음 듣는 일이다.
외국인이 도움을 주거나 공저자로 참여한 것에 대해 대필이나 표절 등의 연구 부정 의혹은 타당해 보이며 고교생이 아카이브한 리포트라는 해명이 그에 대한 대답이 될 수는 없다. 의혹에 충분한 해명을 제시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몫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도 상상 못한 '아이비캐슬'이라거나 '국제캐슬'의 스펙 쌓기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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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딸 글이 "습작"? 서울대도 학술논문으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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