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비행기에서 찍은 노을. 강렬한 붉은 빛이 마치 날 향한 응원 같았다.
이아현
합격 연락을 받은 뒤엔 모든 절차가 순조로웠다. 밴쿠버 섬의 나나이모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한 밴쿠버아일랜드대학교(Vancouver Island University, 아래 VIU)에 가게 되었고, VIU측 담당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비자 준비도 착실히 해나갔다.
그러나 1년 전의 좌절감은 불안으로 모습을 바꿔 다시 찾아왔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졌다. 기숙사 신청도 잘 했고 출국 항공권도 샀는데, 왜인지 다 거짓 같았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세는 여전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코로나에 걸려서 캐나다에 가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1년 전과 같이 교환학생 파견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시달렸다.
코로나 확진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새 내 신변 전반에 관한 불안으로 커져갔다. 어느 날 갑자기 크게 다치거나 아플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한 번 얼굴 보자던 지인의 연락도 모두 거절하고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이불 밖은 위험해'의 극단적 예시를 보여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했던 1년 전의 트라우마는 나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기력함과 불면증 등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그때까지 원인을 몰랐던 것이다. 그저 출국 준비 때문에 바빠서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다. 결국 친구의 권유로 심리 상담을 받아보았다.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왜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는지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내 불안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한 발짝 내딛으면 잡을 수 있는 꿈이 다시 멀어질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교환학생 면접에 합격하기 위해 2년 동안 준비한 것들이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는 마음도 있었다.
심리 상담을 받기 전에는 사람들의 "털어놓기만 해도 해결되는 부분이 있다"던 경험담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상담 후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았다. 그들의 말대로 내 상황을 상담사에게 털어놓기만 했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후련해졌다.
이후 불면증도 사라져 출국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캐나다로 떠나는 날, 비행기에 올라타서도 교환학생으로 출국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건 매일 밤 나를 잠 못 들게 했던 불안한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 꿈을 이루는 순간의 설렘과 떨림이었다.
전염병이 풍토병으로 바뀌는 '엔데믹' 시기에 있는 지금, 그때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은 꽤나 흐릿해졌다. 그럼에도 무사히 캐나다로 출국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과 끝내 꿈을 이루게 됐다는 희열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비단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좌절과 우울, 불안 등 1년 전의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각 지자체마다 마련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해 볼 것을 추천한다.
▲ 보건복지부 정신건강복지센터 운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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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할 수 있을까... 험난했던 교환학생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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