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엠호프의 방한과 한국 성평등 이슈를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워싱턴포스트
미국 역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이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온 더글러스 엠호프가 방송인 홍석천씨를 만났다. 엠호프는 윤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11일 홍석천과 함께 서울 광장시장과 청계천을 구경하며 한국 음식도 먹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성소수자 방송인 홍석천씨와 엠호프의 만남은 윤석열 정부의 성소수자 차별 및 성평등 퇴보 논란에 비춰봤을 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임기 초반부터 윤석열 정부는 성소수자 혐오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과거 "동성애가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사과하면서도 "동성애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일정한 치료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해 혐오에 혐오를 덮어씌웠다. 그러면서 "균형감을 상실하고 신상털이식 보도를 하는 일부 언론에 대해선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뿐만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의 장관 후보자 중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이며 20명의 차관 인사 발표에서도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두 남자의 만남, <워싱턴포스트>의 시각
<중앙일보>의 엠호프 동행취재 인터뷰 기사를 제외하면 한국의 주류 언론은 엠호프와 홍석천의 만남을 '세컨드 젠틀맨 광장시장 인증샷' 정도의 가십성 기사로 짤막하게 다뤘다.
오히려 미국 유력 일간지가 두 인사의 만남과 한국의 현상황을 대조시켜 보도했다. 11일 <워싱턴포스트>는 <엠호프의 한국 방문으로 젠더와 LGBTQ 이슈가 전면에 떠오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엠호프와 홍석천의 만남) 순간은 한국의 다양성과 문화를 강조했지만, 같은 날 오후 한국의 새 보수 대통령의 비서관은 '동성애는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며 사과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 혼란스러운 분할 화면은 한국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여성계가 처한 위기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워싱턴포스트>는 "많은 선진국이 직장 내 제도적 차별과 성 불균형 문제로 고민하고 있지만, 성평등 분야에서 최하위 선진국인 한국은 더욱 갈 길이 멀다"면서 "그동안 약간의 진전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동성애는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