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철 연구원
고준철
- 안녕하세요. 얼마전 정기 조사를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는 제주바다의 기후변화 모니터링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요.
"조천읍 북촌, 한경면 신창, 안덕면 사계, 남원읍 신흥 이렇게 4곳을 연 4회 계절별로 조사하고 있어요. 해조류는 조간대와 조하대 5, 10, 20미터 지점에서 변화를 체크하고, 아열대 어종은 직접 잠수하거나 어선을 빌려서 그물을 놓고 확인하고요. 산호충류도 조사하는데 그물코돌산호를 아열대 지표종으로 지정해 같은 장소에서 변화를 추적·기록합니다."
- 올 1~3월은 극심한 저수온기에 풍랑주의보가 하루 걸러 발효됐는데요. 제주바다 상황은 어떤지요.
"엇그제(인터뷰 날짜는 3월 10일)서야 2월 정기조사를 다녀왔어요. 지난 설날 전후부터 풍랑주의보가 반복돼 조사를 못했거든요. 1월도 마찬가지였어요. 올해는 북서풍의 세력이 대단하네요.
정기 조사를 마친 첫 인상은 '해조류가 상당히 사라졌다'였어요. 원래 미역·모자반 같은 경우, 해갈이를 하기 때문에 1년 주기로 자라고 채취하면 그 다음 한 해는 안 보이기도 했어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그런데 5년 전인 2017년 이후부터 해갈이도 없고 해조류 자체가 잘 안 보여요. 그 원인으로 태풍과 풍랑의 영향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겨울철 풍랑주의보 발효 횟수가 크게 증가했거든요. 해조류는 늦가을부터 겨울철에 자라기 시작하는데, 초기 성장 시기 때 풍랑에 못 견디고 잘려서 죽어나갔어요. 조간대부터 조하대 5미터 지점까지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겁니다.
올해 풍랑주의보 발효 횟수 등 통계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어요. 큰 풍랑의 횟수가 잦다보니 수심 20m권까지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물론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상승의 영향도 있어요. 제주도는 최근 10년 사이 겨울철 수온이 최대 3℃까지 올랐으니, 해조류 급감의 주요 원인은 풍랑 스트레스와 수온 상승으로 생각됩니다."
- '캘 미역이 없다', '톳이 손바닥 크기 이상 안 자란다'. 이런 이야기를 서귀포 대정읍에서 또 제주시 삼양동에서도 들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조간대 생물상의 80% 이상 사라졌어요. 올해 조간대 미역 생산량은 거의 제로(0)일 겁니다. 미역은 1미터까지 자랄 수 있는데, 겨울 수온이 높아지고 또 풍랑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통 자라지 않네요.
최근 몇 년의 상황을 보면, 통상 12월~2월 중순까지 북제주는 14℃, 남제주는 13℃ 정도로 수온이 떨어질 시기인데 그러지 못했어요. 수온이 15℃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5년 전 조사때부터 모자반 숲이 급속히 사라졌어요. 우리 연구소는 연, 월, 지점별 데이터를 축적하고 암반을 덮고 있는 피복 생물의 변화상도 확인하고 인는데요. 특히 키 큰 모자반은 찾기 어려워졌어요. 미역 값은 천정부지로 높아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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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이 둔화된 제주의 모자반 ⓒ 녹색연합
- 해조류가 사라지니 암반 백화현상인 '갯녹음'도 덩달아 확산됐는데요. 현장에서 보시는 갯녹음 상황은 어떠한지요.
"제주 전역의 암반지역은 갯녹음 '심각' 영향권에 있어요. 키 큰 해조류가 사라지니 키 작은 산호말류, 홍조류가 포자를 번식해 암반을 가득 채우고, 그나마 남아 있던 키 큰 해조류는 뿌리내릴 공간을 찾지 못해 완전히 사라졌어요. 산호말류조차도 키 큰 해조류가 없으니 햇볕과 풍랑에 그대로 노출돼 죽어버려 하얗게 암반을 덮어버립니다.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어요. 게다가 제주도 남쪽의 서귀포에서 성산 지역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대마 난류의 영향을 직접 받다보니 갯녹음은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 '악순환의 고리'라는 게 아프게 느껴지네요. 갯녹음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매년 3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바다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해조류 이식사업은 효과가 일시적이에요. 사업을 할 때 그뿐이지, 1년 지나서 가보면 이식한 해조류가 죽어 있어요. 감태 이식 등에 엄청난 노력과 예산을 투입했으나 제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효과적인 곳이 드물었어요. 제주바다를 살리려면, 차라리 제주바다를 아열대 바다로 인정하고 아열대 경산호류와 공생하는 생물 조성 사업을 하는 게 더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