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체육활동하는 초등학생들실외 체육수업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2일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체육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속 학교는 기사의 사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공동취재단
실외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되고 나서도 지금까지는 마스크를 한 번도 벗지 않았다. 나의 주 생활 공간이 학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점심시간에 잠깐 밖에 나가서도 마스크를 일부러 벗지는 않았다.
나와는 다르게 실외 마스크 해제된 첫날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열에 아홉은 모두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답답했을 텐데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운동을 하다 보면 서로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아직은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다.
실외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다고 했을 때, 마스크를 벗은 교실을 잠깐 떠올렸던 것 같다. 5월이 시작된 지금도 들어가는 학급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지는 못한다. 변명 같지만 여섯 학급 수업을 들어가고 학급당 30명이 넘으니 눈만 보이는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고 키와 몸집, 행동이나 머리 길이, 눈의 표정 등 보이는 곳의 특징을 기억해서 외우려고 노력했지만 매번 헷갈렸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게 된다면 아이들의 이름을 훨씬 빠르게 외우고, 모두의 이름을 마음껏 불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아직은 없다. 화장을 전혀 안 하는 내게는 지금처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옅은 화장이지만 메이크업을 위해 준비했던 화장품은 코로나19를 겪은 지난 2년간 한 번도 구입하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것도 유통기한이 지나 모두 버렸다. 지금은 매번 기초화장만으로 간단하게 출근이나 외출 준비를 마무리한다.
게다가 마스크는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기도 하고 피부에 좋지 않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지난 2년간 색조 화장과 마찬가지로 자외선 차단제도 자주 바르지 않은 채 외출하곤 했다. 그렇게 나가도 마스크가 얼굴의 절반 이상을 막아주니 특별히 피부병이나 자외선으로 인한 질환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아들과 딸은 마스크의 '냄새 차단 효과'를 얘기한다.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타인을 괴롭히기도 하겠지만, 타인에게서 나는 입냄새나 땀냄새 등을 막는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냄새로 인해 괴롭지 않은 출근길, 퇴근길이 될 수 있다고 마스크 착용의 장점을 말했다.
겨울철에는 나름의 보온 효과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목까지 든든하게 여몄어도 얼굴은 강추위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마스크는 나름의 보온 방법이 되었던 것 같다. 모자와 목도리, 마스크와 안경이면 안면을 때리는 강한 추위도 거뜬했다. 두 번의 여름과 두 번의 겨울을 지나며, 땀 흘리던 여름철의 불편함과는 다르게 마스크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안경의 김 서림이라는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했지만.
요즘같이 꽃가루와 황사가 많은 계절, 알레르기 예방이나 미세먼지 차단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나의 경우, 알러지성 비염이 있어서 환절기만 되면 고생을 했는데 지난 2년간 마스크를 착용하며 상당한 진정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심할 때는 한두 달 정도 거의 매일 알레르기 예방약을 먹어야 했는데, 마스크를 착용한 이후로는 증상이 심할 때만 한두 번 먹었던 것 같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알레르기나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세먼지에 있는 각종 오염물질 중 일산화탄소는 알레르기 비염의 위험을 높이고 아토피 피부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내게는 마스크 착용으로 나름의 건강상 효과를 알게 모르게 봤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며 지난 2년간 대기 환경의 질이 좋아졌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2019년 초만 해도 우리나라는 최악의 대기오염 지역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미세먼지(PM10)(Particulate Matter, 10은 지름 10㎛를 나타냄)은 시간당 농도가 15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되면 주의보가, 30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경보가 발령된다.
미세먼지는 겨울철과 봄철에 고농도로 발생되는 빈도가 높으며, 발령이 되었을 때는 장시간 실외활동을 자제하거나 부득이 외출할 때는 황사용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도 미세먼지 수치가 높으면 실외 수업을 자제하라고 매번 안내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개개인에게 강제한 것처럼, 미세먼지의 발생 빈도가 이전의 수준을 넘어 더 악화될 경우 심각한 대기 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제는 아니지만 스스로 건강을 지킨다는 측면에서도 이 봄, 내가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다.
언젠가는 마스크와 이별할 날이 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