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예 시집
북크루
시인은 한글을 쓰고 읽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詩)를 쓰고자 했습니다. 시인은 왜 시를 쓰려고 했던 것일까요. 앞서 말한 '밝아짐'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시 <새 책상>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읽고 쓰는 것이 좋아 / 새 책상을 샀어 / 나는 시를 썼어'라고. 시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우리에게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문장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는 어려운 것이고, 쉽게 쓸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등단이라는 절차를 거친 일부 시인들만이 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시가 우리에게서 멀어진 까닭 중 하나입니다.
화자는 시 <새 책상>에서 읽고 쓰는 것이 좋아서 새 책상을 샀고, 책상을 사니 자연스럽게 시를 썼다고 얘기합니다, 이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의미는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은, '시를 쓸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물론 글을 쓰는 것과 시를 쓰는 것은 다르지만, 글을 쓸 수 있으니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시가 될 수 있나요>에서 화자는 얘기합니다. '인생과 생각들 / 자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 시로 표현하고 싶어요'라고. 저는 시(詩)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이 문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생각, 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은 인생의 이야기 그것을 써서 기록하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내 글이 시가 될 수 있을까?'는 두려움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시이며, 이렇게 무너뜨린 땅 위에 '차곡차곡 언어로 된 사원'을 쌓는 것, 그것이 바로 시입니다.
저는 조남예 시인의 시를 읽으시면, 시의 미래는 시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를 배우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를 '시의 초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조금 더 근원적인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들의 얘기가 담겨있고, 그 이야기들이 우리 마음속에서 공명할 수 있다면, 시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조남예 시인과 같은 분들의 출현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아직 우리 한국 시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조남예 시인은...
1948년생, 2남 1녀와 손주 8명을 두었습니다. 2019년 초등학력인정과정 졸업장을 받았고 현재 충남교육청 중학학력인정과정의 학생입니다. 김승일 시인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저서로는 <자꾸자꾸 사람이 예뻐져> 등이 있습니다.
자꾸자꾸 사람이 예뻐져
조남예, 김승일 (지은이),
북크루,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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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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