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8.26
연합뉴스
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더불어 'K-방역의 얼굴' 중 하나다. 건강불평등과 공중보건 등을 연구하는 진보적 학자였던 그는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 공개채용에 지원해 2018년 3월부터 공공보건정책관으로 임명돼 일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한 2020년 1월부터는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을 맡아 바이러스와의 전면전을 펼쳤다.
약 1년 5개월 동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맡은 그는 국민에게 친숙한 얼굴이 됐다. 장관의 요청에 따라 임기를 3개월 초과해서 일한 윤 교수는 지난해 6월이 되어서야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부산대 교수로 복귀했다.
초기 'K-방역' 업무를 지휘하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또 지금은 정부 밖 전문가로서 평가하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 성적표가 궁금했다. 이번 정부의 마지막 중대본 브리핑이 끝난 직후인 6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윤 교수에게 최근 코로나19 대응 과정의 적절성, 앞으로의 코로나19 전망, 새 정부에 바라는 점 등을 물었다.
윤 교수는 "이번 정부의 방역을 점수화하긴 어렵지만, 우수하게 방어를 했고, 시기마다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했다고 평가한다"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면역의 지속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을 하고, 다음번 유행 때는 조금 더 차분한 기조에서 대응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외국과 비교해 방역정책 우수... 모두를 아우르는 정책 결정 어려웠다"
-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로 평가하시나?
"점수화하긴 좀 힘들 것 같다.(웃음) 외국과 비교해봤을 때 그래도 우수한 편에 속한다고 본다. 한 가지 잣대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게,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이 시종일관 똑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11월 1일 일상회복 전까지는 주로 우리나라가 취했던 건 '지속적 억제 전략'이었다. 일상회복 이후에는 '지속적 억제 전략'에서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넘어가는 단계였고, 오미크론 이후에는 아예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전환을 했다. 피해 최소화 전략에서는 이제 (확진자 수가 아닌) 치명률, 위중증 환자 수 그런 면에서 평가를 해야 하는 거다.
물론 최종적으로 확진자 수가 많이 늘어나지 않았냐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 방역당국이 오미크론 대응 때는 '환자 발생'을 더 이상 억제하기는 힘들고, 환자 발생을 용인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 전략적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는 비교적 우수하게 방어를 했다. "
- 퇴임 전에 기자들 앞에서 방역과 일상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전략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방역 쪽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졌다고 보는 것 같다.
"코로나19는 2~3개월 동안 단기적으로 방역을 강화해서 끝낼 수 있는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함께 가야하는 상황에서 방역을 강조할 수도 있고, (경제 등) 다른 부분을 강조할 수도 있는데, 어느 것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한 쪽은 희생되기 마련이었다. 사실 대구 1차 유행 때부터 어떻게 방역과 일상을 조화하느냐를 계속해서 고민했다.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려고 했던 부분이지만 쉽진 않았던 것 같다.
일상회복 이전까지는 방역을 강조했고 사회적으로 수용이 되어왔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계속해서 방역을 강화하는 방식은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결국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일상생활의 보장' 쪽에 지금은 더 가치를 두게 됐다. 이것 역시 '백신 접종'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방역 정책은 외부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우선으로 수용해서 만들어왔다고 볼 수 있나?
"일례로 '정치방역'이라는 말은 방역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가장 듣기 거북한 말이다. 방역은 사회 정책이고, 정책은 정치의 영역이다.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과학적인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한계가 컸다.
내부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당사자가 되어보니,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 이해당사자, 시민단체, 국회, 직능단체 등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을 해서 그 안에서 최선의 안을 도출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을 다 듣고 반영하다보면 최선이 아닌 차선이나 최악을 제외하는 수준의 안이 만들어질 때가 많았다. 사실 (나와 같은) 전문가들은 '최선의 이야기'만을 해왔던 사람들 아닌가. 그런 부분이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가급적이면 기존의 것들보다는 진일보된 계획을 발표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제 스스로에게도 불만이 컸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감염병은 일반 정책과는 다른 영역이라서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책을 만들 때 많이 참고했다. 물론 전문가들이 이야기했던 그대로 시행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대체로 존중하고 따르는 편이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정책'이다. 경제, 교육, 고용 등의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모두 들어야만 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래서 방역 정책과는 좀 결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차기 정부, 다음 유행 미리 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