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암 샘함장암의 자연 암굴 사이에 샘이 있어 수도생활이 가능하다.
정윤섭
이곳은 바위와 바위가 중첩된 곳에 은밀히 숨어있어 찾기도 쉽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속세를 떠나 수도를 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합장암은 창건연대는 알 수 없으나 1668년과 1698년 중창되었고 1900년 초에 폐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계곡이 있는 산 아래에서 중턱쯤에 이르면 합장암으로 가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이곳에서 약 130m를 가면 합장암이 나온다. 합장암에 이르는 길은 가팔라 오르기 힘들다. 합장암 터는 석축을 2단으로 쌓아 만든 흔적이 남아있고 암자 터 주변의 잔나무들이 제거되어 있어 옛 암자터 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주변에는 오래된 기와편도 굴러다녀 한때 기와로 된 암자였음을 알 수 있다.
산 아래 합장암 앞으로는 작은 계곡으로 내가 흐르며 앞이 탁 트여서 강진만의 드넓은 바다까지 볼 수 있는 비경이어서 '도암10경'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렇듯 기이하고 아름다운 절승의 경관 때문인지, 이곳은 스님들의 수도처이지만 유독 문인 사대부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인근 다산초당 유배기간 동안 이곳에 들르곤 했다. 다산이 다산초당 주변의 계절에 따른 경치를 꼽은 <다산12경서>에서 제11경으로 '제십일 합장암상설'(第十一 合掌菴賞雪)이라 하여 열한 번째는 '합장암에서 눈을 구경하는 것이다'고 기록하고 있다.
합장암은 다산초당과도 가까운 지척인데 다산은 진달래가 피면 제자들을 이끌고 덕룡산 용혈암으로 소풍을 떠나곤 했다고 한다. 다산은 대석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제자 윤서유 일행을 만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합장암에도 들렀다고 한다.
유가의 입장에 서 있던 다산의 불교관은 지극히 포용적이다. 다산과 백련사 혜장스님과의 만남과 교유는 잘 알려져 있듯이 다산은 <백련사지>를 비롯해 <대둔사지> 편찬에도 참여하는 등 여러 스님들과 다양한 교유를 이어갔다.
합장암은 정약용 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사대부들의 관심이 많았던지 16, 17세기 무렵의 백광훈과 김수항, 김창협, 김창흡 부자를 비롯 후대에는 이시헌, 오한규, 윤정기 등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윤이후의 <지암일기>에 등장하는 합장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