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에서 바라본 강화앞바다.강화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마니산에 오르면 탁트힌 경치를 바라 볼 수 있다.
운민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계단로를 타고 정상으로 오르기로 한다. 마니산은 높이가 비교적 낮지만 해발 0m에서부터 시작되는 곳이라 난이도가 생각보다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산 중턱부터 주위에 높은 건물이나 산이 없어 막힌 것 없이 확 트인 경치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북쪽으론 진강산, 혈구산, 고려산을 거쳐 멀리 개성의 송악산까지 아우르고 서쪽으론 석모도, 교동도, 주문도, 볼음도 등 강화의 부속섬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경치로 치면 웬만한 1000m급 산들은 저리 갈 정도다. 1시간가량을 끊임없는 계단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마침내 그 유명한 참성단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는 행사 때만 참성단을 개방하고 있어 철조망에 갇힌 그 모습을 제대로 보긴 힘들지만 건너편 마니산 정상에서 그 자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전국체전 등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곳에서 성화를 점화한다. 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참성단의 기원은 고조선의 단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선조들은 매년 봄, 가을마다 마니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기록으로 따지면, 고려말 조선 초에 재상을 지낸 권근의 <양촌집>에 잘 나타나 있다. 사실 참성단이 지금과 같은 명성을 가지게 된 것은 단군의 관심이 높아진 조선 후기부터다. 일제강점기 시기, 단군을 숭배하는 대종교가 생기고 난 후, 이곳은 민족의 성지로 주목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곳의 엄청난 명성에도 불구하고 마니산 정상까지 오르는 사람들의 눈길은 참성단 대신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와 섬들을 향해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들이 주변 섬들을 활강한 뒤 저마다 목적지를 따라 떠나고 있었다. 등산객들은 저마다 챙겨 온 찬합을 먹으며 모처럼 시원한 경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을 향해 한 무리의 고양이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길고양이긴 하지만 등산객들의 꾸준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서인지 몸에서 윤기가 가득하고 사람들을 딱히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마니산은 현재 고양이의 성지로 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