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관저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권우성
셋째, 안보 약화에 이어 외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윤 당선자가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결정하면서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징발하는 '부의 연쇄'가 이뤄졌다. 이로써 그동안 격조 높고 비밀스런 외교활동을 해왔던 국가의 주요 외교 자산이 없어지게 됐다. 외교장관 공관은 숙소용보다는 외교활동의 무대가 주요 역할이라는 점에서 외교력의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외교장관 공관을 관저로 징발한 윤 당선자의 우악스러움보다 이에 관해 아무런 반대 의견도 내지 않는 전직 외교관들이다. 대선 기간 중 외교부의 주류를 자임하는 전직 외교관 170명이 윤석열 후보의 외교정책 구상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이들 가운데 이런 무지한 외교력 약화 행위에 반대나 비판 의견을 냈다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
출근길 치외법권 지역인 미군부대 통과, 주권국 체면 구겨
넷째, 주권국으로서 나라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윤 당선자가 취임일부터 청와대를 하루도 쓰지 않고 국방부 사무실로 출근하겠다고 하면서 한 달여 동안 서초동 개인집에서 국방부 집무실로 출근이 불가피하게 됐다. 외교부 장관 공관을 관저로 고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출퇴근 때 교통난 해소와 경호 문제를 감안해 미군기지를 통해 출근을 하기로 했다.
미군기지는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으로 한 나라의 국가 수반이 다른 나라의 주권이 작용하는 땅을 출근길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군의 전시작전권 행사 문제로 국제사회 일부에서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출근 통로는 그런 인상을 더욱 강화해 주기 십상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출근길을 확보하면서 미군에 아쉬운 소리를 한 것이 나중에 미군기지 반환 협상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냉엄하게 국가이익을 다루는 국제사회에서 '공짜 점심'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