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도착한 학생들
김용만
다음 날 나름 늦잠 자고 9시 30분에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제 기억에 저 포함, 두 다리로 멀쩡히 걷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리는 쩔뚝거렸지만 표정은 밝았습니다. 고생했던 만큼 집 생각이 간절했던 것은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2022학년도 금곡고등학교 1학년 제주도 로드스쿨의 주제는 '고난과 역경'이었습니다. 평소 해보지 못한 걷기와 산행에 도전하며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확인하고, 혼자가 아닌 함께의 힘으로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힘들어했지만 끝까지 해 내었습니다. 한 친구의 소감이 잊히지 않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곁에 같이 걷는 친구들 보며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제가 너무 힘들어 앉아 있을 때, 끝까지 저를 기다려주고 같이 가자고 응원했던 친구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어요."
"다리가 너무 아팠어요. 하지만 완주하는 친구들을 보며 저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한라산은 진짜 못 오를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 전, 60km 걸은 것이 아까워서라도 이 악물고 올랐어요. 제 다리가 제 다리가 아니었어요."
"첫날 완주한 저 좀 대단한 것 같아요. "
"혼자서는 절대 못할 일이었어요. 친구들과 함께라서 할 수 있었어요."
'고난과 역경'은 충분히, 아니 그 이상으로 경험했습니다. 선생님이 제공한 것은 길 안내와 걷기, 오르기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속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했고 자랐습니다.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며 듣게 된 친구의 마음, 친구가 느낀 점, 친구들이 하는 칭찬, 힘들 때 잡아준 친구의 손을 아이들은 경험했습니다.
학교에선 데면데면했던 친구들이 제주도 로드스쿨을 함께 견디며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선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 선생님과 함께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이 아닌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를 더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전 다리가 아픕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기 정말 싫었습니다. 하지만 등교하는 학생들을 한 명씩 맞으며 그 전과는 다른 이쁨을 보았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더없이 예뻐 보였습니다. 저를 보자 아이들도 똑같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다리 안 아프세요? 괜찮으세요?"
"응, 선생님은 괜찮아. 넌 어때?"
괜찮다 답하며 친구들과 달려가는 아이들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일부러 고생하러 간 것이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믿음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자리를 빌어, 4박 5일간 같이 생활하며, 걷고 걷고, 백록담까지 같이 오른 우리 학생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그 힘든 것을 같이 해내었습니다. 샘이 감히 말하는 데 이틀간 60km를 걷고 다음 날 바로 백록담까지 오른 학생들은 대한민국에 여러분들 뿐일 겁니다. 어른들도 해내기 힘든 일정을 여러분들은 같이 해내었습니다. 고통보단 보람을, 나에 친구를 더한 경험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여러분과 함께여서 샘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마 아이들은 제주도 올 때마다 2022년 5월 로드스쿨을 떠 올릴 겁니다. 이 것을 해낸 경험을 밑천 삼아 살아가며 힘을 얻길 기대해봅니다.
2022년 봄은 뜨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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