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2일, 다크투어 참여자들이 용산참사 현장에서 꽃을 놓으며 헌화하는 모습.
김혜미
"우리는 사기를 당했어요. 서울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땅이 더 이상 없다고 하더니 이렇게 큰 땅을 가지고 있었네요."
용산다크투어를 함께 준비한 청년 주거단체 활동가는 용산정비창 기지의 넓은 땅을 보고 말했다. 용산정비창 기지는 끝에서 끝을 걸으면 약 20분 정도 걸린다. 주변에 있는 소소한 가게들과 함께 용산을 지키고 있는 '골목'의 일부다. 이렇게 아기자기한 동네의 모습을 지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용산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울에서 '시민권'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그 첫걸음을 '용산다크투어'가 내디뎠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 공공개발을 한다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서울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여전히 6%에 멈춰있다. 처참하다.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부르는 스웨덴, 네덜란드 등이 평균 20% 안팎의 사회주택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공공임대주택의 부족은 서울의 낮은 주거권을 방증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주거 난민으로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공공부지 개발 시 100%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고 건설형 공공임대주택뿐만 아니라 매입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 자치구별 공공임대주택 쿼터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직접적으로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충분하고 안전하게 빌려 쓰기 위해 '서울형 공정임대료 제도' 즉 '임대료 상한제'를 동결 수준까지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임대료가 폭등했고,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주거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주거비 부담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작년 말, 가계부채는 1800조 원이 넘는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은 주거취약계층뿐만이 아니다. 임금 노동자 역시 늘어난 빚을 갚느라 등골이 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독일, 영국처럼 공정임대료 방식으로 주거품질과 주거유형을 정하고 그에 따른 임대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서울에 여전히 남아있는 공공부지들을 어떻게 활용하여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공공부지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만이 갈라진 사회를 연결시킬 수 있는 해법이다. 다시 정치의 역할을 묻는다.
용산정비창 기지를 공공 개발해 공공임대주택을 100% 만들고, 부동산 투기의 불씨를 잠재울 정비 지수제를 부활해야 한다. 정비사업 인권영향평가 도입을 통해 더 이상 쫓겨나는 사람이 없는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이윤이라는 이름으로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은 서울에서 없어야 한다.
기후 위기라는 오래된 사회적 위기 속에서 폭염과 혹한, 폭우와 폭설을 맨 몸으로 받아내는 시민들이 있다. 기후 위기 취약계층은 주거취약계층, 인권취약계층처럼 중첩된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서울의 불평등을 해결하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 주거권을 보장하는 일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서 언급한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적정 임대료 도입뿐만 아니라 더 이상 강제퇴거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값 하향화와 안정화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어떠한 가구 유형도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원하는 생활 동반자와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은 시민과 더불어 발붙이고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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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어두운 과거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생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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