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책 표지배지영 작가의 신간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책
사계절
배 작가는 한길문고의 스타다. 아니 군산의 스타작가다. 한길문고에서 항상 책 판매율 1위를 차지하는 책이 많으니, 그 말을 들을 만도 하다. 특강 날도 매대에 새 책이 높이 쌓여있었다. 사람들이 모이고 열기가 후끈했다.
나이 팔십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나는 이제 부러운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부러운 건 자신의 책을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서점 매대에 눕혀 놓는 일이다. 글을 쓰면서 말도 안 되는 욕망을 가져본다.
어떤 일이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수많은 세월을 보내고, 땀방울을 흘린 뒤에 만나게 되는 결실일 것이다. 음식도 때론 발효되어야 제맛을 내듯 삶도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
배 작가의 '쓰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책 읽고 쓰기를 좋아했다. 최초의 원고 청탁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받았다고 한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오빠들에게 연애편지를 대신 써 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빠들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기보다는 재미있게 해주려다 떡볶이 1인분과 컵라면의 원고료는 폭망하고 말았다.
배 작가는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읽고 쓰기는 멈추지 않았고 학생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20년 동안 하면서 글쓰기 내공을 쌓아왔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작가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글을 써서 <오마이뉴스>에 보내고 브런치에도 글을 써서 브런치 북 대상을 받고 책 출간도 하면서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이후 한길문고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거의 60명 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했다. 수업을 통해 독립출판을 하게 된 배 작가의 제자들은 환호를 했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세상 밖에 나오게 된 것이다. 모두가 감격하고 울컥하는 모습에 힘든 것도 마다하지 않고 길동무가 되어준 배 작가님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늦은 나이에 글쓰기에 도전한 특별한 사람이었다. 가끔 배 작가님 책에 내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특별한 환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집에만 있었으면 내 삶이 묻혀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과 교감하고, 배 작가님 책 속에서 다시 태어난 느낌으로 살고 있다.
배 작가님이 타인을 위한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배 작가는 남편으로 부탁을 받고 망설이다가 글을 썼다고 한다. 동네 행정 복지 센터의 20년 차 복지사가 휴경지를 무료로 얻어 감자를 심었다. 그는 감자를 판 돈으로 가을 배추를 사서 김치를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었다. 이 소식을 알리고 싶다는 걸 남편을 통해 들었단다. 이 사연을 글로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글을 쓰기 시작했단다.
한길문고에서 시작한 글쓰기 수업의 경우, 초반엔 어려웠다. 그러나 글쓰기에 뛰어든 사람들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배 작가님은 '자기만의 풀밭에서 풀을 뜯어먹으며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모른 체 글을 썼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수업은 빠지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배 작가님의 열정이 없으면 배우지 못했을, 어려운 일을 견뎌냈다.
나도 쓰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