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가 <너의 권리를 주장해> 영어판 책을 들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유엔아동권리협약 초안 작성자 중 한 명인 제럴딘 반 뷰런 변호사와 안젤리나 졸리와 협력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불어 넣는 인권가이드북 <너의 권리를 주장해> 도서를 출간한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 <너의 권리를 주장해>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여러분은 언제부터 '나의 권리를 위해서 싸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나요? 인권을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질문을 던진 이는 세계적인 배우이자 인권 활동가인 안젤리나 졸리다. 질문을 받은 이는 한국의 청소년 인권 활동가 4명이다.
청소년 인권 활동가들은 저마다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 10대 여성들의 페미니즘 목소리가 등한시되었다"고, "학생은 무조건 공부만 해야 한다는 시선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학교가 부당한 일을 했을 때 왜 표현하지 못했을까 후회스럽다"며 자신의 '계기'를 공유했다.
"저 또한 인권 활동가로서,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같은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며 공감한 안젤리나 졸리는 하나 하나 답을 이어갔다.
"어른들이 아동·청소년들에게 자주 범하는 실수는 자신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인권 문제와 캠페인 활동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교육에 대한 강한 초점은 훌륭하지만 어린 시절과 십대는 자신을 정의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찾는 기간이며, (이는)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기를 겪어 오셨다니 마음이 아픈데요, 한편으로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이)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1시간 가량 이어진 진지한 이 대담은 <너의 권리를 주장해>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출판사 창비와 협력해 <너의 권리를 주장해 :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인권 가이드>(국제앰네스티·안젤리나 졸리·제럴딘 반 뷰러 지음) 한국어판을 5월 5일 어린이날 출간한다. 책은 1989년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바탕으로 어린이·청소년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주장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책에는 '아동의 권리가 무엇인지', '어린이와 청소년이 알고 있어야 할 권리 지식과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책 취지에 맞게, 안젤리나 졸리와 한국 청소년 인권 활동가의 만남이 마련됐다. 지난 4월 23일, 화상으로 진행한 대담에는 민서연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레빗(17)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김지나(23)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유스대표, 최유경(21)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 등이 함께했다. 사회는 신한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커뮤니케이션팀장이 맡았다.
대담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여성은 공격적'이라는 말이 "옳지 않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람들은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원하고, 싸우고, 강해지길 원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균형을 원합니다. 우리는 부드럽고 안전하기를 원하지만 지금은 싸워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여성이 공격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여성은 충분히 안전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여성의 안전을 지원하고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십시오."
인터뷰 말미, 안젤리나 졸리는 아동·청소년에게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라, 그리고 이겨라'라는 말을 남겼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안전하게 싸울 수 있기를 바라고, 그 과정에서 이 책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도구가 됐으면 합니다.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Stay strong!"
"인권 활동가로, 딸을 키우는 엄마로, 같은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
안젤리나 졸리 (이하 안젤리나) : "반갑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스럽습니다. 우리가 서로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저 또한 인권 활동가로서, 또 딸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같은 이슈에 대해 같은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너의 권리를 주장해>라는 의미 있는 책을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이 책 제작 참여를 결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안젤리나 : "이 책은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유엔난민기구와 캄보디아에서 20년 이상 활동을 해왔고, 또 딸이 있는 엄마로서 이런 책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동들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청소년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요소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여러 다른 국가에서 활동하는 많은 청소년 활동가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활동가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세계 활동가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어떠한 보호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여성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있는 반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목적 중에 하나가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 연대를 더 강화하는 것입니다. 인권 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분들과 콩고나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서로 국가에서 하는 활동을 소개하고 연결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언제부터 '나의 권리를 위해서 싸워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됐나요?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