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신문
고단한 하루 끝에서 마음의 온기가 채워지는 순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오늘도 잘 살아냈다'라고 토닥여주는 듯 우리는 찰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해가 지는 곳으로 향한다.
해가 뜨는 걸 보려면 평소보다 부지런히 움직이어야 하지만 해가 지는 건 요즘 전보다 해 늦어져 타이밍만 잘 맞추면 언제든 마주할 수 있다. 매번 찬란함을 마주하기 어렵다는 게 관건일 뿐.
바다에 내려앉는 노을 보는 걸 좋아해 2년 전 일부러 찾아간 곳이 있었다. 일몰공원이다. 수십 번 지나다녔음에도 이곳이 우리 동네 노을 맛집이라는 걸 몰랐다.
완도대교를 지나 국도 77호선 서부 해안도로(당인리 방향)를 따라 달리다 보면, 이름 그대로 일몰을 조망할 수 있는 일몰공원, 탁 트인 바다 전망과 함께 시원한 갯바람을 맞을 수 있는 갯바람공원, 해안 경관이 뛰어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미소가 진다는 미소공원에 차례대로 다다른다.
일몰공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가지런히 수놓아져 있는 대나무 김발 사이로 삶을 일구느라 애쓴 누군가의 시간이 흘러가는 듯해 애잔함이 더해진다.
시선 끝 건너편에는 백일도와 흑일도, 날이 좋으면 멀리 보길, 노화, 제주까지 크고 작은 섬들이 닿는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내가 있는 곳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오후 6시 30분쯤 되자 서서히 하늘이 주황빛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