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하리수씨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회 각계 인사 100여 명이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국회에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방송인 하리수씨도 함께 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1일부터 국회 앞에 평등텐트촌을 만든 뒤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선 종걸·미류 두 활동가가 18일째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차별금지/평등법' 공청회 계획이 통과됐지만, 아직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은 법 제정 논의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가 합심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비상시국선언 회의와 더불어 비상시국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상시국선언에는 사회 원로를 비롯한 법조·노동계 인사 811명이 뜻을 모았다.
하리수 "정치하면 사람 달라지나... 차별금지법 추진 왜 안 하나"
특히 이날 기자회견엔 하리수씨가 '차별금지법 제정 지지' 연대 발언에 나서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하씨는 "1990년대 중반에 저도 다리를 다쳐서 6개월간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짚은 적이 있다. 버스를 타기도 어렵고 택시를 태워주지도 않았다. 또 첫 번째 택시를 타는 손님이 여자라면 (기사가) 구시렁대면서 안 태워주기도 했다"라며 "이런 일 많이 겪으시지 않았나. 장애인, 여성으로의 차별, 또 제가 성소수자로 겪었던 차별도 너무나도 많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이었다. 방송(계)에서 당했던 차별들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앞에서는 당당했고 여러분 보시기에 유쾌한 삶을 살았지만, 뒤에서는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다. 내가 행동 했기 때문에, 앞에 나섰기 때문에 제 가족들이 상처를 받았다. 나로 인한 모든 것들이 비수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하씨는 차별금지법 지지에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 고 노회찬 국회의원을 언급했다. 그는 "제가 처음에 차별금지법을 제안했던 노회찬 의원님을 지지했고, 또 뜻이 맞았다. 그분이 성소수자들을 비롯한 많은 소수자를 위해 많이 노력하지 않으셨나"라며 "제가 이렇게 앞장설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 모범이 될 수 있는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서다"라고 강조했다. 고 노회찬 의원은 2008년 1월에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정치권이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에 미온적인 것에 대해 그는 "저는 정치적인 것은 잘 모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친한 분들이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예전에 저랑 알고 지내면서 얘기했던 것과, 지금 당에서 하는 것은 너무도 다르다. 왜 그렇게 성향이 달라졌는지, 정치하면 그렇게 사람이 달라지는지 개인적으로 만나서 또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리수씨는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지키고 싶었던 것, 소중한 것을 같이 지켜나가야 되지 않겠나. 저도 함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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