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시 폐점을 촉구하며 전국동시다발로 진행한 기자회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코로나로 영업 시간 제한을 경험하면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야간 노동을 거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조합 내에서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간에 대한 자기결정권 문제이다.
신승훈 : "매년 연봉 계약서를 갱신하는데, 2015년 경 연봉계약서 아랫 부분에 '야간, 휴일, 연장 근무에 대해 동의합니다' 이런 문구가 들어가서, 동의를 같이 받았어요. 법률 검토를 해 보니, 일종의 근로계약이 들어가게 된 것이라 문제가 있었어요. 회사에 문제제기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해오던 차에, 2020년 2021년에 코로나로 영업 제한을 경험하게 된 것이죠.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야간에 안 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서, 조합이 나서게 된 거죠.
야간 근무 안 하고 싶은 조합원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마시라고 설명을 드렸죠. 사실 그전까지 심야노동은 아주 당연시되어 왔고, 저희도 당연히 하는 걸로 알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걸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우리한테 있다는 걸 우리도 생각을 못 했던 거예요. 그런데 연봉 계약서에서 이 내용이 들어가면서, '어, 그러면 거부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런 고민이 시작되면서 투쟁이 만들어졌습니다."
올해 1월, 아직 영업시간이 단축 중이던 때, 2022년 연봉 계약서를 갱신하면서 문제가 본격화되었다. 노동조합에서는 이 시기에 관리자들에게 "나는 밤 10시에서 11시까지 심야 근로를 거부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는 활동을 했다. 회사에서는 거부 의사를 밝힌 조합원들을 일일이 개인 면담하는 방식으로 강경하게 나왔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니, 면담 과정에서 오히려 관리자들이 징계니 임금 삭감이니 근거가 없는 얘기를 하는 실수가 많았다. 이런 발언을 녹취하고 항의하자, 지금 회사는 면담은 자제하고 '당신은 포괄적으로 동의를 했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얘기해주면 빼줄 수도 있다'는 문자를 보낸다.
회사는 3월 16일을 기해 다시 11시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밤 10시 이후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경쟁상대인 다른 대형 마트들이 11시나 12시까지 운영하는 상태에서 이마트만 10시 폐점하기는 부담스러워 한다는 게 노동조합의 분석이다. 11시까지 운영하는 점포에서는, 심야노동을 거부한 조합원도 11시까지 배치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나는 오늘 동의하지 않는 심야근로를, 당신 때문에 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관리자에게 보내는 2차 문자 투쟁, 3차 문자 투쟁을 했다. 매일 부딪치는 현장 관리자들에게 출근할 때마다 이런 문자를 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홍현애 : "이 심야 투쟁을 하면서, 점포 전체차원에서 일괄 11시까지 반드시 스케줄을 넣게 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아요. 제가 2시 출근, 10시 퇴근으로 스케줄을 넣었더니, 관리자가 막 지우고 2시를 3시로 고쳐버리더라고요. 기분이 안 좋죠."
신승훈 : "현장에서 계속 관리자들하고 부딪히는 상황이 되니까 사실 조합원들이 어려워하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개별 문자 투쟁은 멈추고, 관련한 내용은 노동조합에서 공문 형식으로, 정기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심야노동 거부하는 조합원들을 회사가 강제로 야간 스케줄에 넣고 있다. 거부 의사 표현 문자를 안 보내는 것이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렇게요. 앞으로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할 예정입니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 '상병수당이 지급돼야 한다' 등 팬데믹 시기에 나왔던 많은 이야기들이 어디론가 쑥 들어가버렸다. 팬데믹이 끝났다고 모두가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까? 돌아간 '일상'에서 우리는 꼭 밤 11시, 12시까지 장을 봐야 할까?
다 같이 노동시간을 줄이고, 좀 더 건강에도 좋고 가족친화적인 노동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한밤중에 장 볼 필요도 줄어들지 않을까? 팬데믹 덕분에 뒤늦게 깨달은 휴식권과 노동시간 결정권, 건강권을 위해, 다른 일상을 그려 보자고 마트 노동자들이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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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끝났다고 모두가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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