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룡포마을 2킬로미터를 앞두고 차에서 내려 강을 따라 걸어들어갔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24일 아침 내성천을 다시 찾았다. 15일에 이어 두 번째다. 오는 30일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 생태기행, 모래강 내성천 걷기 여행을 앞두고 다시 사전 답사를 다녀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방문에 물길이 제법 깊었기에, 일주일이 지난 시점 강물이 얼마나 빠졌는지 궁금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동반한 걷기 여행의 안전을 다시 한 번 체크하기 위함이었다.
내성천의 자랑인 국가명승 제16호 회룡포의 속살에 해당하는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마을'로 가는 길에 도착지를 대략 2km 정도 앞두고 차에서 내려 두 발로 내성천을 걷기 시작했다.
모래강 내성천은 어디로 사라졌나
그러나 제방에서 내려 걷는 순간, 이내 예년과 다른 풍경에 먼저 놀랐다. 모래톱 위를 풀과 버드나무가 장악해 밀림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그 버드나무 밀림을 해치고 한 100여m를 더 들어가니 비로소 강을 만날 수 있었다.
모래톱 위를 낮은 강물이 흘러간다. 그런데 모래톱이 이상하다. 고운 모래톱은 찾아보기 어렵고 거친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었다. 양말을 신었지만 발바닥이 아플 정도였고, 그나마 그 모래톱도 물길이 닿지 않은 곳은 검은빛을 띠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조류(물 속에 사은 식물성 플랑크톤) 사체들이 덕지덕지 붙어 검은빛으로 변한 것이었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물길이 닿지 않은 모래톱은 대부분 이렇게 검고 누런 빛을 띤 조류 사체들이 뒤덮고 있었다. 5개월 전 무섬마을에서 본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꽤 넓은 면적의 모래톱 위에 마치 석유를 뿌려놓은 듯, 좋게 표현하면 마치 유화를 그려놓은 듯한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외나무다리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던 그로테스크한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그제야 녹조라떼 배양소가 된 영주댐이 떠올랐고, 영주댐에서 불과 5.7km 떨어진 무섬마을의 모래톱 위를 덮고 있는 조류 사체들의 모습이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