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찰스 왕세자(오른쪽)와 그의 아내 다이애나 왕세자비(왼쪽 두 번째)가 런던 이튼 칼리지에서 자녀들인 해리(오른쪽 세 번째)와 윌리엄 왕자와 서있다. 1995.9.6
연합뉴스
"이튼을 폐지하라"가 발표된 이후, 이튼 교장은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조만간 사립 교육 기관을 둘러싼 전쟁이 다가올 것이라며 노동당의 지적대로 현재 교육 시스템이 불공정함을 인정,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튼을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오히려 이튼의 우수함까지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수함이란, 이튼이 세계 지성사에 기여한 바다. 수없이 많은 유명 동문이 있지만 이튼을 대표하는 동문은 권력을 지닌 정치인, 부를 지닌 경제인, 귀족과 같은 특권층이 아니다. <동물농장> < 1984 >의 조지 오웰과 거시 경제학의 케인즈다.
이 둘은 모두 학비를 낼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이튼이 이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교육시켰다. 케인즈는 이튼에서도 수학과 고전 (그리스와 로마), 두 과목에서 탁월했다고 한다. 반면, 이튼에서 <멋진 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를 선생으로 만났던 조지 오웰은 공부보다는 클럽 활동에 열중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장학금을 받을 성적이 되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조지 오웰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 이튼은 조지 오웰이 거친 마지막 교육기관이다.
교장은 이튼이 문제 발생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해결책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역제안 한다. 교장이 내세운 "이튼 근대화"와 노동당의 "이튼을 폐지하라"가 만나는 지점이다. 실제로 교장은 매년 650만 파운드 (100억 원 정도)를 장학금으로 지출, 전액 장학생을 70명에서 2019년에는 90명까지 늘려가고 있었다. 교장의 "이튼의 근대화"는 특권, 권력, 부와 연결되는 이튼의 모습을 지우고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2022년 "북쪽의 이튼"
2019년 노동당의 총선 패배로 이튼은 "이튼 폐지"라는 큰 폭풍을 피했다. 그리고 3년 후인 2022년, 교장은 북쪽 노동자 도시에 등록금 없는 이튼을 짓겠다고 발표하고 개교 시점은 빠르면 2025년이라고 밝혔다.
이튼이 최종 선택한 세 지역은 모두 중학교 때까지 성취도가 높다가 고등학교 때 갑자기 떨어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교장은 높은 중학교 학업 성취도를 대학 진학 때까지 유지시켜 저소득 계층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고자 한다. 입학의 우선권은 학업 성취도가 좋은 저소득층 학생이다.
이번 결정의 목표는 영국의 두 가지 고질적 문제, 즉 런던과 비 런던간의 지역 차와 계층 격차 완화에 이튼이 일조하고자 하는 데 있다. 이튼 교장은 이를 "기본적으로 올바른 일"이라고 순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막강한 사회적 권력을 가진 이튼의 움직임이 순할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