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참깨
조혜민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상태를 '집사의 역할'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 뭐 했어?"라고 묻는 주변 사람들의 물음에 "참깨랑 놀았어", "참깨 응아 치웠어", "참깨 밥 줬어"와 같이 참깨의 집사로서 한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별거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내게 집사로서의 역할은 하루하루 나라는 존재를 확인시켜주었고, '집에 있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주었다. 나는 참깨 덕분에 집에서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었다. 사실상 내가 참깨를 돌본 것이 아니라 참깨가 날 돌본 셈이었다.
'우리'의 일상이 행복하기 위해선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나는 대학원생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다시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참깨는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홀로 집에서 보내고 있다.
참깨와 말이 통한다면 다시 외출하기 시작한 내 일상을 참깨에게 설명해줄 수 있을 텐데. 참깨가 갑작스레 나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 건 아닐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 이전과 달리 바빠진 일상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년 8월부터 <오마이뉴스>라는 공간을 통해 참깨 집사로서 일상을 담아왔던 이 일을 이제 끝내야 한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