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이름을 붙인 먼지벌레.오스트리아 곤충학자 오스카 샤이벨이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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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리에는 당시의 시대상이 녹아들어 있다. 대공황의 여파로 세계 경제는 불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극우보수가 득세하게 된다. 혐오가 널리 퍼지며 비난의 대상을 찾아 증오를 퍼붓는 일이 늘어난다. 힘든 세상을 끝장 내 줄 누군가를 염원한다. 결국 반유대주의가 게르만족을 집어 삼키면서 히틀러가 정권을 잡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이탈리아는 무솔리니를 택하여 전쟁에 동참했고 일본은 천황을 등에 업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다.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수천만의 한족들이 굶어죽어나가자 문화혁명을 일으켜 역사와 경제를 수십년이나 퇴보시켰다. 소비엔트 연방의 붕괴 이면에는 경제침체가 가장 근본적인 요소였다. 현재 푸틴의 독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러시아인들이 큰 불만을 터뜨리지 않는 이유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2008년 서브 프라임 위기로 집을 잃은 수많은 미국인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으며, 2022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우리나라는 보수 정권이 들어섰다.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는 이미 15세기 박물학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역사학자가 말하는 대항해 시대에 유럽인들은 분류학과 함께 전 세계를 식민지화하기 시작한다. 연재 24화에서 스페인 약탈자 에르난 코르테즈로 인하여 미국 독립과 커피 문화가 융성했음을 알아봤다.
코르테즈로 인하여 아즈텍 문명이 멸망하고 난 뒤 약 10년이 지나고, 이번에는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잉카 제국을 노략질하여 파멸시킨다. 후대의 분류학자는 신종 딱정벌레의 이름에 코르테즈(Agathidium cortezi)의 명함을 주었고, 에콰도르에서 발견된 털날개나방의 한 종에게는 피사로(Hellinsia pizarroi)의 이름이 달렸다.
논란의 대상이자 호불호가 명백하게 갈리는 학명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현재 몇몇의 신종 딱정벌레에는 조지 W. 부시(Agathidium bushi)와 딕 체니(Agathidium cheneyi), 도널드 럼즈펠드(Agathidium rumsfeldi)의 이름이 붙여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