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주기인 지난 16일 오후 3시 44시쯤 부산시 북구 화명동 거리에 걸렸던 추모현수막이 대거 잘려나갔다. 화명촛불은 현장에서 3인 1조로 현수막 고정줄을 제거하던 이들을 발견해 경찰에 고발했다.
화명촛불
강씨가 찍은 현장 영장을 보면, 세월호 8주기인 지난 16일 오후 3시 44시쯤 북구 화명동 거리에서 A씨(40대)가 '여덟 번째 봄 세월호를 기억해주세요' 등이 적힌 가로 80cm, 세로 1m 크기 추모 현수막을 잇달아 떼어냈다.
이를 발견한 강씨가 "무슨 짓을 하느냐"며 그에게 묻자, "구청에서 불법점거물이라고 해 제거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나왔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원을 밝히라는 강씨의 말에 A씨는 "신고는 했느냐. (우리는) 일반 시민이다"라며 화제를 돌렸다.
길 반대편에서도 현수막 고정줄 철거가 한창이었다. B씨(50대) 역시 A씨처럼 가위로 현수막을 계속 제거했다. 그 또한 "불법이고 민원, 신고가 들어왔다"라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이들 외에 다른 1명까지 3인 1조로 움직인 이들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현수막은 집회신고까지 마친 뒤 합법적으로 걸어놓은 것이었다. 부산 북구청은 A씨 일행에 지시를 한 적도, 관련도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세월호 추모 현수막 훼손은 고발사태로 번졌다. A씨 등이 잘라낸 세월호 추모 현수막은 무려 64개. 화명촛불이 단 현수막은 127개.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모아 현수막을 만들었지만, 절반 넘게 고의 훼손된 셈이다. 화명촛불은 이들 3명을 경찰에 고발했고, 부산 북구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A씨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8년 전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아직도 유가족들은 진실규명을 외치고 있다. 북구 주민들이 모인 화명촛불이 14일부터 추모 현수막을 내건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잊지 않을게, 아이들아, '어디까지 왔나요. 그날의 진실은' 등이 주 내용이었다. 이들은 이 현수막과 함께 15일 오후 추모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현수막은 이틀도 가지 못했다.
"그분들도 부모일 텐데 다른 자식의 일이라도 같이 아파해 줘야지 않나요?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세월호 노란 리본은 싫다, 이거 불법이다, 그러면서 잘라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정말 옳지 않은 일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아니더라도 부모 입장에서 보면 이거는 진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에요."
이들을 고발한 김길후 화명촛불 공동대표는 "유가족 중 한 분이 '자식이 죽은 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말을 했어요. 정말 그렇지 않나요"라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리고 재물손괴가 아닌 집회 방해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구청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훼손한 사람들이 북구청 핑계를 댔으니 어떤 단체의 소행인지 공개하고, 책임을 져야 해요. 아직도 싸우고 있는 생존자와 유가족의 심경을 안다면 어찌..."
"여전히 촛불 드는 이유? 우리 아이가 희생됐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