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퍼즐엄마의 거실은 더 이상 올려놓을 데가 없을 정도로 자리란 자리는 다 퍼즐이 전시되어있다.
황승희
엄마의 거실은 더 이상 올려놓을 데가 없을 정도로 자리란 자리는 다 퍼즐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도 부활 대성당'을 비롯한 각종 세계 건축물, 지구본, 자동차들, 동물, 로봇... 더 이상 사 보낼 게 없다. 더구나 총천연색 칼라 아동 도서뿐만 아니라 이 퍼즐도 제법 가격이 만만치 않다.
놀러온 손주들이 만져서 퍼즐이 부서지면 엄마는 벌써 입이 나오고 못마땅한 표정을 못 감춘다. 달라고 하는 난감한 상황에서 엄마의 행동은 더 난감하다. 안방으로 옮겨 방문을 잠그는 게 아닌가. 몇 날 며칠을 끼우고 맞추고 다시 세워가며 완성한 엄마의 꽃 같은 표정을 봤다면... 손주한테도 주기 싫은 게 맞다고 본다.
가족을 위한 것 말고는 엄마가 온전히 자신의 것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비록 종이 쪼가리일지라도 죽을힘을 다해 자신의 것을 지키는 엄마였으면 한다.
"아이고, 할머니가 돼가꼬... 그래 저런 걸로 애한테 삐지고 참나. 그거 줘뻐리지. 내 저거 언젠가는 불쏘시개로 태와뿌러야지, 원."
아버지의 불쏘시게는 다행히 차고 넘쳐서 엄마의 작품은 아직 건재하다. 요즘은 엄마의 스마트폰에 게임 어플을 설치해드리고 있다.
"엄마 어서 와! 화투 말고 게임은 처음이지?"
엄마는 또 하나의 신세계에 빠져계신다. 덩달아 나는 또 조만간 화면이 큰 태블릿을 사야 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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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두 마리 고양이 집사입니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부모님과 밭농사일을 하고 글쓰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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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에게도 양보 못하는 엄마의 취미, 그게 뭐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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