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주관으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위한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 장창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미래변화 TFT팀장.
연합뉴스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정말 의외였어요. 역시 현장 노동자들은 다르구나..."
조사를 담당한 오민규 연구실장(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은 발표 내내 '놀랍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럴 수밖에. 내연차를 만드는 현장 노동자들이 2035년까지 내연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정책에 대해 긍정한다는 답변이 무려 82.1%나 나왔으니 말이다. 지난 14일 오후 2시 국회 토론회 현장의 모습이었다.
이날 열린 '새 정부의 자동차 산업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토론회의 주제는 한마디로 전기차와 수소차 등 탄소중립형 미래자동차로 전환되는 마당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노동의 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있었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노동단체인 금속노조가 공동 주관하고 국회에서는 강은미, 김성환, 류호정, 박대수, 이수진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전기차는 내연차에 비해 부품과 공정이 대폭 줄어든다. 일자리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고 부품업체 종사자들의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하다. 그렇다고 전환을 늦출 수도 없다. 전 세계 경쟁사들은 이미 더 빠른 속도로 전환의 페달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전환해야하는가? 그린피스한국사무소의 장다울 전문위원은 관련 산업 조사자들의 생각부터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경에 국제 그린피스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우선 산업전환 노동자들의 이야기부터 듣자고. 실제로 영국에서는 북해시추노동자 1천여명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졌어요. 호주는 탄광노동자들을 조사했고 한국은 전세계 주요 자동차 산업국가이니 자동차노동자들의 기후위기 인식조사를 해볼 것을 요청받았어요."
조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린피스는 금속노조에 조사협조를 요청했고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소속 노동자 1019명에 대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2021년 9월 6일부터 10월 14일까지 완성차 노조 조합원 11만5천여 명 중 선착순 온라인 조사로 1019명 설문조사가 이뤄졌고 직종별로는 생산기술직(69.7%)이, 연령별로는 46~55세(40.1%)가 가장 많았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6%포인트).
첫번째 충격 : 정년 얼마 남지 않은 노동자일수록 기후문제 더 심각하게 인지
오민규 연구실장은 결과를 발표하며 크게 세 번 놀랐다는 표현을 썼다. 최초의 충격은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조사. 전체의 94%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연령대가 높을 수록, 곧 퇴직을 앞둔 노동자일수록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사실 저희가 연구 시작 전에 약간의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퇴직을 앞둔 고령층의 경우에는 '내 정년까지만 안전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인식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훨씬 더 깊은 인식을 보여주고 계셨습니다."
연령대와 기후인식의 관계는 일관됐다. 연령대와 학력이 높을수록 기후위기가 다음 세대 뿐 아니라 내 세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고 기후대응과 자동차 산업의 연관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오 실장은 그 이유를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계기에서 찾았다. 연령대가 높을 수록 뉴스와 같은 간접 체험보다는 자신이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는 '이상기후'의 현실로부터 심각성을 더 깊게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인지경로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압도적으로 (자신이 몸으로 느끼는) 이상기후를 꼽았습니다. 올 여름이 내가 살아온 여름 중 가장 더웠고 올 겨울이 가장 길게 추웠다는 식으로."
두번째 충격 : 2035년까지 내연차 판매금지 정책에 전체의 82.1% 긍정
응답자들은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빠르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대선 공약으로 나온 2035년 이내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금치 정책에 대해 82%가 공감했다(매우 공감 35.3%, 대체로 공감 46.8%). 2030년 또는 그 이전 판매 금지에 공감한다는 응답자도 64%에 달했다.
"이 내용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과연 얼마나 공감대를 보여줄까 했는데 답변을 보고, 아 진짜 현장 노동자들은 이렇게 생각을 하는구나..."
소속업체간 차이도 없었다. 현대차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래차 비전 제시가 약한 편으로 분류되는 한국GM 노동자들의 경우 오히려 2035년까지 내연차 판매금지 정책에 대해 83.5%가 긍정해 현대차 그룹 노동자들에 비해 1.3%포인트 높았고, 2030년까지 내연차 금지정책에 대해서는 5%포인트 더 높았다.
세번째 충격 : 부품업체 노동자 약식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