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씨의 유족들이 15일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피켓과 영정사진을 들고 섰다.
김종훈
"사람 취급을 하지 않더라고요. 아무리 하청노동자라지만 동국제강에서 일하다 죽은 건데, 정말로 누구 하나 와서 아는 척 한 번을 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무시로 일관했습니다. 그래서 서울까지 온 겁니다. 직접 가서 한 마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왔어요."
15일 오전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 남편의 영정사진을 들고 선 아내 권금희씨가 <오마이뉴스>를 만나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신 3개월 차인 권씨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어머니 황월순씨 등 가족들과 함께 검은색 상복을 입고 섰다.
지난달 21일 권씨의 남편 이동우(38)씨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정크레인 보수작업을 하던 중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크게 다쳤고 병원 후송 중 사망했다. 이씨는 동국제강 하청업체 소속으로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4년째 크레인 보수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씨는 사고 당일 천정크레인의 브레이크와 감속기 교체 작업을 하다 갑자기 천정크레인이 작동해 변을 당했다. 유족에 따르면 사고 당시 현장에는 동국제강 측 안전관리자나 안전담당자는 자리하지 않았다. 또 천정크레인을 보수하는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기계 전원 차단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8년 이후에만 5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사업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지난해 2월에도 50대 노동자가 철강 코일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났고, 앞서 1월에는 새벽 시간 식자재를 배송하는 50대 노동자가 화물용 리프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연이은 사고에 당시 동국제강은 대대적인 안전 분야 투자 확대를 약속했지만, 하청노동자 이씨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 권씨는 현재 임신 3개월 차라 거동이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동국제강 앞에 선 이유는 유족들이 느끼기에 본사인 동국제강이 고인의 목숨을 하찮게 취급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어머니 황월선씨의 말이다.
"본사에서 정말로 전화 한 번 없다가 합의서라면서 변호사 통해 종이 쪼가리 하나 보냈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다가 회사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항의라도 하니 무슨 거지 취급하듯 그렇게 하나 보내더라고요. 아들이 30대입니다. 젊은 사람이 이렇게 갔는데, 부인도 있고 뱃속에는 아기도 있는데, 가타부타 말도 없이 금액만 딱 찍혀 있는 (합의서) 하나 보내 계좌번호와 함께 사인하라는 말만 한 겁니다. 억울해서 아들을 보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동국제강 "원청으로서 책임 통감" - 유족 "제대로 사과하고 책임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