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 등이 지난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민주주의가 너무 지나치다."
미국 관리를 만나 이렇게 말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그는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면 다음달 새로 들어설 정부의 외교부장관이 된다.
13일 윤석열 당선자로부터 새 정부 첫 외교부장관으로 내정된 박진 후보자. 미국의 기밀문서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의 서울발 외교전문을 보면, 박 후보자는 지난 2008년 6월 18일 서울 모처에서 제임스 쉰 미 국방부 동아태차관보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당시 3선 의원이던 박 후보자는 쉰 차관보에게 "현 정치 상황은 엄청난 위기"라며 "이명박 정부는 이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지, 그렇지 않으면 소요가 향후 5년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뜨겁게 달아올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가 잦아들고 이명박 정부가 겨우 숨을 돌리던 시기였다.
이어 그는 "(광우병) 시위가 한국 민주주의에 매우 심각한 도전을 던졌다"며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맹렬한 속도로 진보했고, 이제 사람들은 대규모 시위가 정부와 소통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아가 그는 "한국은 너무 많은 민주주의(Too much democracy)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와 정보 공유가 시위에 기름을 부었고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허둥댔다"며 "포털 사이트 '아고라'와 인터넷방송 '아프리카'같은 사이트에서는 유저들이 헛소문도 공유했다"며 시위의 원인을 엉뚱하게도 인터넷에게 돌렸다.
박 후보자는 특히 이런 흐름을 '기술적인 도시 게릴라들의 시민 불복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당 국회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중진급 국회의원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놓고 국민 갈등이 첨예화 돼 있는 가운데 상대국의 관리를 만난 것도 문제지만, 민주주의에 대해 이런 인식을 가진 인사가 외교부 장관으로 적절하냐"며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따지겠다고 별렀다.
교수, 외교관, 4선 국회의원 거친 '한미동맹 신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