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녁 풍경. 막상 매달 빚을 갚으며 보니 참 나도 대책이 없다 싶다. 낼 모레 환갑인 나이에 말이다.
이정희
결국 알량한 집 보증금을 빼서 다만 얼마간의 빚 잔치를 하기로 했다. '가정 경제 복구'를 위해 경제적 파산을 종용하는 남편에게 내 이름으로 된 빚은 내가 다 갚으며 살테니 각자 살아보자고 했다. 2026년이 될 때까지 갚아야 하는 빚, 저 빚을 갚고 살겠다고? 막상 매달 빚을 갚으며 보니 참 나도 대책이 없다 싶다. 낼 모레 환갑인 나이에 말이다.
남들은 '은퇴'를 할 나이에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도 그런 결정을 내린 건 나를 후려치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저 빚이 다 그동안 내가 먹고 산 돈이구나, 라는. 예전 어른들 말씀처럼 '남편 덕 보고 살 팔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형제들에게 여차저차해서 이렇게 됐다는 보고를 한 날, 작은 언니가 대뜸 '다 니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며 사태를 이렇게 만든 데 안타까워 했다. 이른바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인데, 그 남편 하나 요리를 못 했냐는 거였다. 그 자리에서는 발끈했지만, 그래, 남들 다 한다는 남편 요리, 거기에 이제 두 손을 들 때인가 싶다.
그런데 이젠 더는 그 '요리'를 하느라 전전긍긍하며 살고 싶지 않다. 아니 요리는커녕, 늘 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휘말리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밀려오는 파도에 더는 나를 내맡기기 싫었다. 이젠 더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더는 그렇게 살면 안 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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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잔치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살아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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