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새는 지붕을 수리하고 있는 기옥종 위원.
최육상
풍산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2008년 순창군내에서 6번째로 시작했다. 이훈도 위원장과 기옥종 위원의 인연은 그 때부터 맺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기 위원은 10여 년이 더 된 기억을 더듬었다.
"이훈도 위원장님이 그 때 두 번째로 위원장님을 하셨고 제가 총무였어요. 재활용품을 아무 데나 내버릴 때였어요. 저희가 재활용품을 모아 고물상에 팔아서 자금을 만들었어요. 또 풀베기 사업을 해서 800여만 원가량 기금도 마련했어요. 자금이 있어야 사업을 하잖아요. 불우이웃돕기도 하고. 그때 우리가 사업 계획서를 군청에 넣어서 사업을 딴 거죠. 이훈도 위원장님 때 자치회가 가장 활발했어요."
기 위원은 이 위원장 뒤를 이어 부위원장과 위원장도 차례대로 역임했다. 기 위원이 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주민자치회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기 위원이 다시 총대를 멨다.
기 위원은 "풍산면민들께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우리 자치회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해서 이훈도 위원장님한테 제가 강권조로 다시 한 번 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단호하게 현실을 직시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앞으로 '주민자치회'로 가는 시점이잖아요. 풍산에서 다른 면에 앞서 뭔가를 시도해보자고 월례회 때 위원 별로 돌아가면서 발표도 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도 파악하고 좋은 의견도 수렴했어요. 굉장히 호응도도 높았어요. 제가 위원장이지만 회의를 할 때마다 놀라요. 위원님들이 아주 유능하신 분들이라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계세요. 제가 이전에도 위원장을 했지만, 그 때보다도 더 뭔가 앞서가는 기분, 굉장히 마음이 들뜬 기분이에요."
풍산면 주민자치위가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복도우미' 사업은 전에도 했던 일이다. 다만, 이전과는 달리 많은 사회단체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간단한 집수리라든지 전기나 전등 문제, 50년 이상 돼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집에서 낙상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손잡이 설치 같은 작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추진하며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진정한 주민자치위를 대비하고 있다. 주민들의 호응도 높단다.
침체돼 있던 주민자치위를 꾸려나가기 위해 이 위원장과 기 위원은 각각 100만 원씩을 선뜻 내놓았다. 200만 원을 종자돈 삼아 도치마을과 지내마을 순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기 위원은 "풍산면의 독거노인을 파악해보니까 123가구였다"며 "행복도우미 사업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니까 우선은 80세 이상 어르신 댁부터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손잡이 자재비는 1만 원이면 되고 설치는 제가 직접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 위원장은 이 대목에서 기 위원을 추켜세웠다.
"어르신들 댁에 가 보면 지붕에 비가 새고 전기 누전도 되는데 방치돼 있어요. 우리 목사님이 집도 짓고 수리하고 아주 기술이 다양해요. 어르신 댁에 안전 손잡이를 달아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시죠. 대부분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잖아요. 보행차도 모시고. 노인들은 한 번 넘어지면 뼈가 부러져요. 전등이 떨어져도 그냥 어둡게 생활하다 넘어지면 또 뼈 부러지고 그렇잖아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행복도우미 사업이 참 중요한 일이에요."
매월 정기모임 갖고 주민자치시대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