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성공회대 교수.
권우성
- 민주당은 대선 직전인 2월 24일, 기초의원 3인 이상 선거구제나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론 ▲대통령 4년 중임제 권력구조 개헌 ▲책임총리제 ▲결선투표제 등도 약속했다. 이같은 '정치개혁안' 내용 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겠다는 건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호하다. 예컨대 책임총리를 하겠다면 총리의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도식적으로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를 한다고도 하는데 과연 지금 같은 세계화 시대에 그 구분이 가능할까?
결국 대통령제 자체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분권이라는 건 하나의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젠 정말 헌법 개정을 통한 '의회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내각제'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보통 '내각제'라고 부르지만 일본식 표현이라 '의회제'라고 하겠다. 대통령제는 제도 자체가 태생적 한계가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간 마찰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비록 과반도 안 되는 적은 득표라도 당선만 되면 모든 권한을 다 전횡할 수 있는 승자독식 제도다.
무엇보다 대통령제는 인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정치가 특정 소수의 리더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불안정성이 매우 높다. 대통령 개인에게 힘이 집중되기 때문에 탄핵 같은 극단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견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인물 중심 정치는 책임정치와도 배치된다. 역대 대선을 봐라. 선거 때만 되면 지난 5년간 집권에 책임을 져야 할 여당의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고 각을 세운다. 그러다 보면 유권자 입장에선 책임 있는 정치세력에 대해 심판하고 싶어도 마음껏 심판을 못하게 된다. 인물만 새로워 보이거나 좋게 포장되면 그 인물에게 또 표가 가니, 정당과 정치집단은 공동책임에서 쏙 빠진다. 책임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다."
- 이번 대선은 어떻게 봤나.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였다는 혹평 역시 대통령제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정당에 대해 책임을 묻는 선거가 아니라 인물에 의존하는 선거가 되니 지난 5년간 추진된 정책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경쟁은 사라지고 인물에 대한 흠집내기만 남는다. 네거티브가 강해질수록 인물을 향한 비호감은 극대화되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진영을 동원한다. 그 결과 진영은 똘똘 뭉치지만 진영간 갈등은 심화된다. 정치의 무책임이다."
- 진영 정치 역시 대통령제 자체의 문제라는 건가.
"안타깝게도 대통령제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진영 정치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대통령제가 지나치게 권력 집중적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이 돼버렸고 지면 모든 걸 잃는다. 요즘 검찰 문제로 시끄럽던데, 대통령제 하에서 벌어지는 인물 중심의 권력 쟁투는 사법의 정치화 현상이나 검찰의 비대화 문제와도 연결된다."
- 대통령제가 검찰 문제와도 연관되나.
"당연하다. 인물 중심의 정치판에선 그를 겨냥한 비리 제보나 투서가 계속되지 않겠나. 그 수사들을 누가 하나. 게다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 임명한다. 검찰은 당연히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게 된다. 대통령제가 지속되는 한, 검찰의 중립성 역시 요원하다. 예를 들어 미국도 대통령제지만 각 주마다 검찰총장을 민선으로 뽑기 때문에 국민에게만 책임을 질 뿐, 대통령에겐 정치적 책임이 생기지 않는다.
또 막강한 권력을 잡은 쪽에선 정치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자꾸 검찰이나 사법부에 미뤘다. 그러니 검찰과 사법부의 정치화가 더 가속화된다. 지금 지적되는 검찰의 문제 중 상당부분이 정치권에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상적인 정치와 사법을 위해서도 정부형태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약속한 만큼, 지방선거가 끝나고 곧바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관련 기사]
[하승수 인터뷰] "민주당, 정치개혁 의지 없다... 정말 진정성이 있다면" http://omn.kr/1y7k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0
공유하기
"기초 3인 선거구? 안 될 거다, 다음 총선 있으니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