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벚꽃용산가족공원벚꽃
이가은
어릴적엔 어른들이 꽃구경 다니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디 꽃구경 뿐인가. 가을이면 단풍구경, 겨울에는 온천여행, 진달래가 피었으니 진달래 꽃 보러 간다고 부지런히 다니시는 우리 할머니의 모습은 집순이인 나에게는 참으로 신기했었다.
엄마의 그릇은 죄다 꽃접시다
밖에서 꽃을 보는 것으로도 모자라 엄마가 준 접시는 죄다 꽃접시다. 겉에는 금칠까지 화려하게 해놓은 바로 그 접시 말이다. 그 이유도 올봄에 깨달았다. 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꽃을 보러갈 여유가 없었을 때 엄마는 꽃접시에 음식이라도 담으면서 꽃구경을 했나보다.
"엄마도 우리 세 남매 키우느라 바빠서 꽃 보러 갈 시간이 없었구나. 그래서 집에서라도 보고 싶어서 꽃가라 접시를 그렇게 샀던 것이었군."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다. 어른들이 왜 그러시는지 말이다. 내가 누릴 수 있는 봄이 얼마나 한정되어 있는지 말이다. 그걸 알게 되니 지나가는 계절을 그저 둘 수가 없어진다. 봄이 내게로 오면 그 봄을 주위를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보내지 말고 적극적으로 누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여유를 가지고 바라본 봄은 참으로 아름답고 찬란하다. 왜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지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깨닫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이런 걸 잘 누리지 못하고 지냈던 과거가 아쉬울 정도이다.
적극적으로 꽃을 보러 나와보니 알겠다. 꽃은 해마다 부지런히 피지만,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부지런히 남은 봄을 만끽해야겠다. 그리고 다가올 여름도 찬란한 단풍도 멋진 설경도 마음 두근거리며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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