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열리는 이소선 10주기 추모 특별전시 '목소리'에는 노동운동가로서의 이소선의 업적이 사진과 함께 전시된다.
출판사 클
- 최근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고, 임금에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무슨 구분이 있냐고 하고, 120시간 노동에 대해 '발언' 했다. 누구는 윤석열 당선인이 노동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국민의 48.6%는 결국 그를 지지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박래군이나 이소선이 평생을 바쳐 지키려 했던 가치가 점점 퇴행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사실 어머니(이소선)한테 그랬었다. '전태일 선배 돌아가시고,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는데 안 되지 않냐, 노동자들은 더 고통스럽고 비정규직은 더 양산되지 않냐, 어머니는 왜 계속 싸우시냐, 뭘 바라고 싸우시냐, 지치지 않냐, 절망하지 않냐' 물어본 적 있었다. 그러니까 그러시더라. '되어야 할 것은 언젠가 된다, 지금 당장은 거꾸로 가고 퇴행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언젠가 되더라...' 그 말이 나한테도 좀 남았는데, 그게 역사가 아닐까 싶다. 가끔 뒤로 가기도 하고,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무조건 뒤로 갈 수는 없다는 믿음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섰다고 해서 무작정 퇴행하진 않을 거다. 물론 고통스럽겠지만, 또 가야지."
- 지금 2022년 한국 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분열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노동자와 자본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MZ세대와 그 윗세대 등등으로 나뉘어 서로를 공격하고, 또 혐오한다. 아무래도 통합을 얘기하는 건 정치인들밖에 없는 것 같은데, 지금 이 사회를 어떻게 보시나?
"분열의 시대가 맞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우리가 이런 시대를 맞게 된 것은 누구보다 이런 분열을 조장하고, 혐오를 부추기고 선동하는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 고비도 넘어갈 거라고 본다. 이준석 같은 부류가 가장 비열한데, 지금도 계속 저항을 받고 있지 않나. '이대남'으로 갈라치기 하지만 나중엔 20대 여성이 결집했다. 최근에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과 관련한 발언으로 인해 오히려 그들에 대한 연대가 강화됐다. 이준석은 결국 정치적으로 고립될 것이다.
그래서 단순한 현상으로 보면 분열과 혐오의 시대지만, 이걸 제어하는 힘도 점점 강화된다. 역설적으로 지금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상황이 되지 않았나. 물론 한동안 혼돈의 시대가 오겠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거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유명한 말이 있다.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위기는 생겨난다. 이 공백기에 다양한 병적 징후가 나타난다.' 지금이 딱 그런 시대가 아닌가 싶다. 지금 다양한 병적 징후가 사회 곳곳에 나타나는데, 결국 새로운 물결이 만들어질 거라고 본다. 다만 한동안은 힘들 텐데, 제일 걱정은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이 절망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잘 견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