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
출판사 클
2020년 5월, 10년에 걸쳐 기획한 인권 기행 도서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를 출간한 박래군을 인터뷰했다(관련기사 :
"쓰는 데 10년 걸린 이유? 겁나서"...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고민 http://omn.kr/1nntc). 당시 그는 만 60세가 되면 은퇴하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박래군은 이제 만 61세가 되었지만 은퇴는커녕 바쁘기만 하다.
예순이 넘은 인권운동가가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월호는 아직도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나라 한 해 직접적인 노동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800명, 그 외 산업재해로 인한 질병 등을 모두 포함하면 연간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 앞에서 박래군은 아직 가야 할 곳도, 만나야 할 사람도, 연대해야 할 현장도 차고 넘친다. 어쩌면 그의 행보는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며 자화자찬하는 이 나라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 박래군은 최근 인권 기행 시리즈의 두번째 격인 <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를 출간했다. 그는 인권의 개념은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만들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책은 기꺼이 부끄럽고 아픈 역사를 들춰내고, 권력으로부터 희생당한 사람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소환한다. 박래군에게 이 작업은 11년이 지나도 처음처럼 두려운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끝을 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2세대 인권운동가의 책임이자,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갈망이기도 하다.
길을 만들고 방법을 찾고... 박래군의 '삶'
이 책에 실린 사건과 장소와 사람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제 많지 않다. '아우슈비츠보다 더 끔찍한 일은 사람들이 아우슈비츠를 잊는 것'이라는 말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2022년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박래군은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장소들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았고,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길을 내면서' 가야 했다고 밝혔다. 생각해보면 박래군의 삶이 그랬다. 그는 다만 돌아볼 뿐, 돌아가지 않았다. 어찌할 수 없는 산적한 문제들 앞에서 길을 만들었고, 방법을 찾으며 여기까지 왔다.
지난 1일 서울 모처에서 박래군을 만났다. 총 2편에 걸쳐 최근 출간한 도서에 관한 내용부터,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을 비롯한 사회 현안에 대해 두루 이야기를 나누었다.
- 지난 인터뷰에서 만 60세에 은퇴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는데, 근황은 어떠신가?
"은퇴를 못했고... 여전히 바쁘다. 요즘엔 4.16재단 상임이사를 맡게 되어 안산으로 출퇴근한다. 4.16 세월호참사 8주기가 다가오고 있어 관련 행사 준비 때문에 눈코 뜰 새 없다. 그런 와중에 새 정부가 들어서서 걱정이 많다(웃음). 4.16재단 상임이사 임기가 3년이니까 하는 수 없이 임기 마칠 때까지는 또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얼른 은퇴하고, 소설을 쓰고 싶은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 그렇게 바쁜 와중에 최근 인권기행 두번째 시리즈 격인 <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를 출간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사람들은 너무 빨리 잊는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적인 사실인데도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인권의 역사란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과정,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한 지난한 싸움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얘기하면 재미가 없을 테니 현장성·장소성을 활용하면 좀 더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2011년에 현장을 다니면서 처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데, 결국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와 <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 2권의 책을 출간함으로써 11년간의 노력이 일단락된 것 같다."